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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사업 비리 ‘천태만상’…가짜 농민 행세, 불법 용도변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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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사업 비리 ‘천태만상’…가짜 농민 행세, 불법 용도변경 등

사업 허가 받은 뒤 착공 않고 사업권 거액 매각
시장 선거운동 도운 동문, 태양광업체 사장에
감사원, 불법 태양광 사업 벌인 공공기관 직원 등 수백명 적발


최재혁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최재혁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임직원 250여명이 겸직 금지나 가족 신고 의무를 어기고 태양광 발전사업을 불법으로 벌인 천태만상 사례가 드러났다.

공직자가 가짜 농업인 행세로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특혜를 받았다. 산업부 한 공무원은 직접 태양광 업체에 특혜를 주고 재취업한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14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사업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한전 등 공공기관 8곳에서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부당하게 태양광 사업을 영위한 임직원 251명이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업무 연관성이 없는 일부 지자체 공무원 64명도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별로 보면 한전 임직원의 배우자·자녀 등이 신고 없이 태양광 사업을 운영한 경우가 18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47명은 사실상 임직원이 가족 명의를 빌려 본인 사업을 운영했다.

한전의 한 대리급 직원은 배우자·모친·장모 등 명의로 태양광발전소 6곳을 운영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업 추진에 유리한 부지를 선점했다. 이 직원이 올린 매출액은 8억8000여만원으로 추정됐다.

에너지공단 전 부이사장도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태양광발전소 3곳을 운영하며 3억여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소형 태양광 우대 사업에 참여해 추가 혜택을 노린 가짜 농업인들도 줄줄이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의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 2만3994명 중 44%는 제도가 도입된 후 농업인 자격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 경영체 등록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본인의 등록 신청을 ‘셀프 접수’하고 한국형 FIT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한국형 FIT는 소형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참여자가 농업인 자격을 증빙하면 추가로 우대 혜택을 준다.

전북 군산시는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등학교 동문을 서류 심사를 생략 등 편법을 동원해 1270억원 규모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업체의 대표이사로 선발했다. 군산시는 발전설비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시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연대보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컨소시엄 2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당초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하면서 115억원 규모 손해을 입었다.

또, 산업부는 국내 최대 규모 민간 태양광 발전 사업 ‘아마데우스’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준 사실도 드러났다.

충남 태안군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이 업체 관계자는 산업부 공무원과 고시 동기인 관계를 이용해 불법으로 초지 용도 변경을 위한 유권해석 공문을 받았다.

또 국립대 한 교수는 허위 자료로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착공조차 하지 않고 사업권을 5000만달러(약 663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허위 인허가 방지 규정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규모 태양광 사업 인허가·계약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며 “이러한 부당 우대로 인한 추가 비용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