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정비사업 '경쟁' 기류 감지...강남·성수·여의도 등 수주전 ‘후끈’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이 잇따라 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수의계약 중심으로 흘러오던 정비사업 시장에 다시 ‘경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성수와 여의도 등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을 두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 조달, 설계 역량 등 전방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삼성물산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건설 역시 하나은행과 협약을 맺었으며, 타 은행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설계에서도 양사는 차별화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세계적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영국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협업을 공식화했고, 현대건설도 글로벌 건축사와 손잡고 프리미엄 설계를 예고했다.
양사는 조합원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투자에도 힘을 쏟았다.

삼성물산은 사업장 인근에 ‘압구정 에스라운지’를, 현대건설도 강남구 신사동에 홍보관인 '디에이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용산에서도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용산구 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수주전 펼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전체 공사비 9099억원을 제시했다. 공사비 지급 조건도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로 제안했다. 또한, 착공 후 공사비 지급 18개월 유예, 입찰 후 공사비 물가 상승 20개월 유예 등 조건을 내걸었다.

사업비를 최저금리로 조달하기 위해 제1금융권 5대 은행과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필수 사업비 금리는 CD금리+0.7%로 제시했다. 사업 촉진비는 정비사업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원으로 약속했다.

단지명은 ‘오티에르 용산’으로, 설계, 구조, 인테리어 등 분야별 마스터 11인과 협업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더 라인 330’을 단지명으로 제안하고, 용산역·신용산역을 연결하는 개발 구상을 내세웠다.

또한, 미분양이 발생하면 주거 시설은 물론 상가와 오피스 등 비주거 시설까지도 떠안을 계획이다. 미분양이 생기면 최초 일반분양가 또는 준공 시 감정가 중 높은 금액으로 대물 변제하는 조건이다.

분양 면적을 넓혀 조합이 제시한 원안보다 약 3755억원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했다. 조합원 가구당 약 8억5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제안이다. 공사 기간은 42개월로 포스코이앤씨보다 5개월 앞당겨 제시했다. 사업비 조달금리는 CD금리+0.1%로 설명했다. 최저 이주비도 조합원당 20억원(주택담보대출비율 150%) 보장을 명시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4·7차도 1군 건설사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두 사업지 모두 참여할 계획임을 밝혔고,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도 수주를 노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4차, 대우건설은 7차에 각각 집중하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경쟁 구도는 시장 전반의 회복보다는, 사업성이 높은 주요 정비사업장들이 추진에 나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앞으로 진행할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여의도 등에서도 시공사 간 수주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용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yk_1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