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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노후자금 500조 시대…국민연금 참여는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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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노후자금 500조 시대…국민연금 참여는 '미적'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추진에도 공적 운용기관 참여는 유보
퇴직연금 적립금 75.4% 원리금보장형…수익률 개선 과제
국민연금 1600조 운용 경험 활용 여부가 개혁 성패 가를 듯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섰지만 노동자들의 노후자산을 불릴 운용 체계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연기금 운용 경험을 갖춘 국민연금공단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 사옥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이미지 확대보기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섰지만 노동자들의 노후자산을 불릴 운용 체계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연기금 운용 경험을 갖춘 국민연금공단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 사옥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섰지만 노동자들의 노후자산을 불릴 운용 체계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6.47%로 국민연금(18.82%)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수십 년간 쌓은 노후자금이 운용 역량과 투자 전략의 차이로 제값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퇴직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정작 대규모 연기금 운용 경험을 갖춘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여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동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개혁이 기존 금융업계의 이해관계에 가로막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의 핵심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다. 전문 수탁기관이 여러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 운용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가입자가 개별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기존 계약형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고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핵심 쟁점인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문제는 유보됐다. 국민연금의 참여 방식과 범위를 놓고 노사정과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있어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5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개편하겠다면서도 이미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 온 공적 기관을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룬 것이다.

국민연금 참여가 거론되는 이유는 축적된 운용 경험과 인프라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600조 원이 넘는 기금(8월 말 기준)을 운용하며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왔다. 장기 자산배분 전략과 위험관리 체계,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에 적립금이 분산된 퇴직연금 시장에 이런 운용 역량을 접목하면 가입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쏠린 퇴직연금의 운용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501조4000억 원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은 378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75.4%를 차지했다. 지난해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이 3.09%에 그친 반면 실적배당형은 16.80%였다. 안정성에 치우친 운용 구조가 장기적인 자산 증식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을 퇴직연금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두 제도는 투자 목적과 가입 구조, 위험 부담 방식이 다르다. 거대한 국민연금 기금에 퇴직연금 자금까지 집중될 경우 공적 기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런 우려를 검증하는 수준을 넘어 참여 자체를 주저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 성과만으로 퇴직연금 운용 능력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장기투자와 분산투자, 전문적인 위험관리 경험을 활용할 기회 자체를 제한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개혁의 성패는 금융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가입자의 노후자산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연금이 참여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야 가입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돌아갈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연금 전문가는 "퇴직연금 500조원은 금융회사가 관리하는 거대한 자금이기 전에 노동자들이 평생 일하며 모은 노후자산"이라며 "정부가 수익률 제고와 노후소득 보장을 진정으로 추진한다면 국민연금 참여 문제를 더 이상 국회 논의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