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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하나제약, 탈세혐의에 경영승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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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하나제약, 탈세혐의에 경영승계 ‘흔들’

마취제, 진통제 등 진입장벽에 실적 호조세
신공장 건설로 재도약, 경영권 분쟁 가능성

연간 실적추이,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이미지 확대보기
연간 실적추이,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하나제약은 알짜 중견제약사로 유명하다. 영업이익률은 20%대로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최근 585억 원 규모의 공장을 증설하는 등 추가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아직 매듭짓지 않은 경영권 승계 문제는 불씨다. 아직 확실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오너일가 간 경영권분쟁 가능성이 일어날 수 있다.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에 특화, 높은 진입장벽에 수익성 양호


하나제약의 전신은 지난 1958년 설립된 우천제약이다. 오너인 조경일 전 회장이 지난 1996년 11월 우천제약을 인수하며 하나제약으로 사명을 바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제약은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에 특화된 제약사로 마취제·마약성 진통제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넘는다. 펜타닐주(마약성 진통제)와 세보프란(흡입 마취제)은 동일 성분 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제약의 최대 강점은 다른 회사가 진출하기에 까다로운 진입장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약류성 의약품은 특성상 정부가 관리를 하며 의료마약 성분은 국내 제조사 5개와 해외수입사 5개사에만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이같은 시장장벽을 바탕으로 하나제약의 특화 품목인 마취··마약류 제품군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은 33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도 업계 최고 수준인 20% 대를 달성했다.

최근 대규모 시설투자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하나제약은 지난해 11월 주사제 신공장 건설과 설비도입 관련 투자를 결정했다. 공장 건설과 동결건조 주사제 라인, 무색(PP)앰플 제조라인인 점안제용기(BFS) 시스템 등의 설비 증설에 약 58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공장은 기존 하길공장 내 약 3000평 부지에 건설되기 때문에 토지매입비용은 투입되지 않는다.

최석원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부터 본격 가동할 신공장의 예상 연간 생산능력은 약 2000억 원 수준”이라며 "앞으로 실적의 방향성은 하길 신공장 캐파증설분에 대한 활용계획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신약 후보물)도 열매를 맺는 단계다. 하나제약은 지난해 말 마취제 신약 레미마졸람의 국내 신약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지난해 2월 임상 3상을 마쳐 식약처의 허가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에 레미마졸람의 원개발사로부터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을 대상으로 레미마졸람 판매 독점계약 체결권을 획득하는 등 해외진출의 교두보도 확보했다.

◇경영권 승계 불확실성 변수, 남매간 경영권분쟁 가능성


하나제약은 지난 2016년 오너일가의 탈세 전력으로 경영권 승계를 매듭짓지 않아 경영권 분쟁의 불확실성에 노출됐다.

하나제약은 지난 2018년 10월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당시 탈세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탈세혐의로 재판중인 기업의 상장승인이 투자자 보호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 차례에 걸친 세무조사에서 모두 탈세혐의를 받았다. 국세청은 당시 하나제약 직원들이 제출한 간이영수증을 조사한 결과 90% 이상 허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제약은 주로 직원들의 식대나 복리후생비 등으로 분류한 항목에 허위영수증을 증빙해 세금을 빼돌렸고, 건축공사 공사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허위신고한 정황도 나왔다.

조경일 전 대표이사와 전영실, 허인구 씨 등 3인이 2016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세액도 245억 원이 추징됐다. 1심 판결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지난 2017년 5월 말 2심 판결에서 조 전 회장은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77억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조 전 대표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지난해 2월 상고를 기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7억 원을 확정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이같은 탈세혐의로 경영권승계의 타이밍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58.69%로 경영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좀 다르다. 최대주주는 창업주의 장남인 조동훈 부사장으로 25.23%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부사장보다 1살 많은 쌍둥이 누나 조예림 이사와 조혜림 씨는 각각 11.43%, 10.9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1세대인 조 전 회장은 3.24%, 부인 임영자 씨는 4.58% 지분을 보유했다.

최근 한진그룹 등 지분을 나눈 오너2세들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잇따라 발생하며 이 같은 전철을 밟을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조예림 이사는 지난 2018년 10월 두 차례의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11.40%에서 11.43%로 확대하며 장녀의 존재감을 알렸다.

시장에서 계열사를 두지 않고 오너2세의 지분이 고르게 나눠진 것이 경영권 분쟁에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사업별로 나눌 수 있는 계열사가 없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오너일가는 형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없애기 위해 기업분할을 통해 각각의 회사를 맡긴다”며 “그러나 하나제약은 남매간 사업을 나눌 계열사가 없어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14.2매 표 1개, 그래프 1개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우수…재무구조 탄탄

●기업개요와 투자지표

하나제약 주요 재무비율, 2019년 4분기 누적 연결기준, 자료=에프엔가이드이미지 확대보기
하나제약 주요 재무비율, 2019년 4분기 누적 연결기준, 자료=에프엔가이드


하나제약의 지난해 4분기(이하 누적 연결기준) 실적 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안정성, 성장성 수익성 모두 우수하다. 아직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4분기 기준으로 분석했다.

먼저 안정성의 잣대인 유동비율은 보통 수준을 넘는다.

22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이하 연결 기준)은 4분기 기준 472.1%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유동자산은 1589억 원, 유동부채는 337억 원이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나제약의 경우 유동비율이 거의 500%에 가까운 수준으로 매우 우수하다. 기말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은 1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갑작스런 외부충격에도 튼튼한 재무건전성을 보유한 것이다.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19.4%로 매우 양호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하나제약의 부채는 427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2203억 원이다.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안정성이 보통수준으로 평가받는데, 회사의 의지에 따라 무차입경영도 가능하다.

이익에 관련된 지표를 보면 기대 이상이다. 4분기 기준으로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604.9배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비영업)으로 나눈 수치다.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상 1.5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벌어 이자의 빚을 갚을 수 있다. 부채비율이 낮고 영업이익이 많아 이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매출은 소폭 증가세다.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8.8%를 기록했다. 적극투자로 비용에 속하는 판매와 관리비 증가율은 12.1% 늘며 적정수준의 투자로 꾸준한 성장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증가율은 1.7%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은 11.5% 감소했으나 워낙 수익성이 좋아 걱정할 만한 요인은 아니다.

실제 수익성은 뛰어나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매출액 1663억 원, 영업이익은 33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은 66.3%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EBITDA를 영업수익으로 나눈 EBITDA 마진율은 22.7%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2%다. 자산이나 자본 대비 수익성도 양호하다. 기업의 총자산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11.2%다. 지배주주순이익(연율화)을 지배주주지분(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3.3%로 수익성이 우수하다고 하겠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