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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기관 투자자 중심 ‘바이 재팬’ 움직임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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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기관 투자자 중심 ‘바이 재팬’ 움직임 꿈틀

공제회등, 운용사에 日주식 늘릴 것 요구 · 일본내 물가 임금 상승 기대감에 일학개미 투심 자극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증시 투자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일본 증시가 꾸준히 상승한 데다가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보다 펀드 내 글로벌 주식투자 자금을 일본으로 이동 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에서 좀 더 나아가 섹터로 세분화한 일본 상장 지수 펀드(ETF)에 투자하는 등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증시 투자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일본 증시가 꾸준히 상승한 데다가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보다 펀드 내 글로벌 주식투자 자금을 일본으로 이동 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에서 좀 더 나아가 섹터로 세분화한 일본 상장 지수 펀드(ETF)에 투자하는 등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증시 투자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일본 증시가 꾸준히 상승한 데다가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14시28분 기준 닛케이지수는 32913.77로 전일에 비해 0.75% 상승했다. 엔화 역시 이날 100엔당 910.24원으로 1000원 아래를 유지 중이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보다 펀드 내 글로벌 주식투자 자금을 일본으로 이동 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에서 좀 더 나아가 섹터로 세분화한 일본 상장 지수 펀드(ETF)에 투자하는 등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모색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제회 등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자금을 위탁 시킨 자산운용사에게 일본 주식에 대한 할당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기관들의 국가별 펀드 할당에서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기관들이 투자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일본 증시가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자, 일본 할당량을 비워두지 말고 오히려 '오버웨이트'(본래 비중보다 확대) 하란 주문까지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선 1990년대부터 확 꺾여 '잃어버린 30년'이란 수식어까지 얻게 된 '일본'에 대해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금줄을 대는 '공제회'와 '연기금'은 물론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들어 일본 시장을 예의 주시 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에 ETF를 활용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일본시장지수는 물론, 더 나아가 세분화 시킨 섹터별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개발중이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반도체 등 일본 테마형 ETF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일부 다른 운용사들도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테마 ETF 관련 상품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껏 국내 시장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는 ‘기본 주가지수 추종 펀드’ 6개와 ‘엔 선물 관련 펀드’ 1개, ‘부동산투자신탁(리츠) 관련 펀드’ 1개 등 8개에 불과했다. 자산운용사가 일본의 유망 산업이나 기업을 선별해 직접 기초 자산을 구성한 테마형 ETF는 아예 없었다. 그만큼 일본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향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중심이 돼 2차전지나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일본 관련 테마형 ETF'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일본 반도체 산업은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지난 5월에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중국발(發) 경제 안보 위험을 최소화하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의 일환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로드맵까지 만들었다.
그동안, 국내에 상장된 ETF들은 '일본 지수' 추종이 주였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데도 제한이 컸다. 최근, 일본 시장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역대급 증시 활황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닛케이(NIKKEI)지수는 7월27일 오후3시 기준으로 연초 대비 28%나 올랐다. 토픽스(TOPIX)지수 역시 22.86% 상승했다. 이같은 상승세를 포착한 일학개미(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주식 매수에 발 빠르게 나선 모양새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일학개미들이 올해 들어 사들인 일본 주식은 3218억원어치나 된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도 기여했다.

실제,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자, 6월말 엔화예금도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 6월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만 74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5월 말 대비 12억3,000만달러나 늘어난 수치로 월간 기준 증가폭도 가장 컸다.

무엇보다, 일본 내 경기가 개선되는 조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연율로 2.7%나 성장해 완연한 회복세다. 개인 소비도 회복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장기 불황은 소득과 물가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 소득 증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춘계 노사협상에서 최종 결정된 일본의 임금인상률도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3.58%였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시장의 경우 수익률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 2분기 들어 기관은 물론 발 빠른 개인 투자자들까지 나서서 '바이 재팬' 열기를 높이고 있다"며 "일본에서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임금상승 기대감이 확산 되면, 조만간 '디플레이션 30년'을 끝낼 수 있겠다는 심리도 되살아나게 된다. 결국, 일학개미 같은 일본 증시 투자자들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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