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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발표 앞둔 엔비디아, 미 증권가도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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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발표 앞둔 엔비디아, 미 증권가도 ‘폭풍전야’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 증권가의 시선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엔비디아에 쏠리고 있다. AI 및 반도체 분야 대장주로 올해 증권가를 달궈왔던 엔비디아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 엔비디아를 보는 시선은 크게 갈린다. AI 열풍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쭉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선과 현재 거품이 너무 많다며 주의해야 한다는 부정적 시선이다. 그 때문에 이번 실적 발표는 향후 증권가에서 엔비디아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엔비디아 아직 상승 여력 있다” 긍정론


미 증권가에서 엔비디아를 보는 낙관적 전망은 크게 ▲AI 기반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의 반도체 단기 수요 ▲중국 기업의 주문 ▲자동차 산업의 최종 주문에 기반을 둔다.

지난해 챗GPT로 본격화된 ‘생성형 AI’의 대두는 글로벌 업계 전반에 다시 한번 AI 열풍을 불러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애플 등 IT 분야 선도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선언하며 엔비디아의 고급형 AI칩 ‘A100’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제재를 받는 중인 중국에서도 엔비디아 AI칩 사재기에 나섰다. 바이두,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IT 대기업들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내놓은 AI칩 ‘A800’ 10만 개를 10억 달러에 주문한 데 이어, 내년에 쓸 A800칩 40억 어치도 선주문했다.

자동차업계도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엔비디아 AI 칩 확보에 혈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엔비디아에 더 많은 AI 칩을 팔아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메르세데스 벤츠, 재규어랜드로버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잇달아 엔비디아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이에 미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기존 450달러 선에서 500달러 이상으로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꾸준한 수요와 향후 AI 시장 전망을 고려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금융 회사 UBS는 지난 16일 투자자들에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니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 HSBC도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둔 21일 엔비디아의 매수 등급을 유지한 채, 목표 주가를 이전 600달러에서 80% 올린 780달러로 제시했다.

2023년 엔비디아 주가 그래프. 사진=구글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엔비디아 주가 그래프. 사진=구글 갈무리


◇ “이미 한계…AI 칩 품귀도 걱정” 부정론


엔비디아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시장 분석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글로벌 최고 투자책임자(CIO) 제레미 슈바르츠의 분석 내용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장기간 수익률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슈바르츠 CIO는 엔비디아의 선행 주가매출비율(P/S)이 25배, 지난 12개월 기준으로는 40배에 달해 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또, 역사적으로 증시에서 가장 높은 P/S 비율을 기록한 종목일수록 장기간 수익률이 시장 전체의 평균 수익률 대비 현저하게 낮은 편이었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의 주식 전략가 에드워드 스탠리는 지난 7일 투자 노트를 통해 “지난 100년간 약 70개의 버블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3년간 자산가치가 154% 폭등했었다”라며 “엔비디아가 (올해에만) 200% 폭등한 것은 버블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엔비디아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이러한 ‘거품론’이 번지면서 7일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다시 반등을 시작한 11일 전까지 거의 50달러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엔비디아의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GPU 공급 부족설’도 부정적 전망의 한 축을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 GPU를 수탁 생산하는 TSMC의 공급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지금과 같은 AI 칩 수요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전 세계에 걸쳐 심각한 AI 칩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AI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AI 칩 가격 상승으로 인해 투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AI 칩 재고가 소진되고, 추가 공급이 지체되면 매출 상승이 정체되면서 실적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낙관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팽팽한 가운데,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결과는 어느 쪽의 전망이 옳고 그름을 떠나 미국 증시 및 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