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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KCC, 모멘티브 M&A가 ‘신의 한 수’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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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KCC, 모멘티브 M&A가 ‘신의 한 수’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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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KCC는 IPO(기업공개)를 전제로 모멘티브(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를 인수하면서 빌린 인수금융 자금이 이제는 자신을 향하는 비수가 될 처지에 놓였다.

대기업들은 유망해 보이는 회사를 M&A(인수합병) 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인수한 회사의 IPO를 전제로 자금을 끌어들이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IPO가 제 때 되지 않을 경우에는 모회사의 재무구조를 일시에 악화시키는 위험 요인으로 부상한다.

이와 함께 인수한 자회사를 IPO 할 경우에도 모회사의 자회사가 상장되면서 이중상장이 되기 때문에 모회사의 가치가 디스카운트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KCC는 지난 2019년 3조5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모멘티브는 KCC가 투입한 자금에 비해 KCC의 손익계산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CC는 지난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인 2조원가량을 차입금에 의존했다. 인수 이듬해 모멘티브가 연결 범위에 포함되면서 인수금융 차입금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됐다.

KCC의 차입금은 2019년 모멘티브 인수 후 큰 폭으로 늘어났다.

KCC의 연결기준 장기차입금은 2019년 말 1102억원에서 2020년 말 1조9762억원, 올해 9월 말 현재 2조4648억원에 달하고 있다. 3년여만에 장기차입금이 2조3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KCC의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19년 말 4조9290억원에서 2020년 말 7조1016억원, 올해 9월 말 현재 7조9134억원으로 3년여만에 3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CC의 올해 9월 말 누계 매출액은 4조7060억원, 영업이익이 2546억원, 당기순이익이 631억원으로 공시됐다. KCC의 올해 3분기 누계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509억원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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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KCC는 올해 들어 실리콘 사업(모멘티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실리콘 제품의 판가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리콘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최근 4분기 연속 빠르게 줄었고 올해 2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 사업이 악화되면 모멘티브의 IPO 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IPO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IPO가 무산되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되돌려 받으려하기 때문에 KCC의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KCC는 IPO를 전제로 끌어들인 모멘티브 인수자금이 이제는 재무제표를 일거에 악화시킬 수 있는 비수로 돌변하는 모습이다.

KCC가 모멘티브를 인수할 당시에는 주위에서 ‘신의 한 수’라고 호평을 받았지만 이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KCC는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에게 5년 이내인 내년 상반기에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모멘티브 지분에 대한 공동매도를 요구할 수 있는 드래그 얼롱(drag along) 권한을 부여했다.

KCC가 드래그 얼롱에 응하지 않으면 KCC는 투자금에 연 5%의 복리를 가산한 자금을 FI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FI들의 드래그 얼롱 행사는 내년 5월부터 가능해진다.

증권가에서는 KCC가 현재 삼성물산 지분 9.3%를 포함하여 약 2조 이상의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하고 있어 보유 주식을 활용해 추가 차입금을 일으키지 않고 모멘티브 IPO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추가 차입금을 빌리지 않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자칫 삼성물산 주주 등 투자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여건을 조성할 수 있고 투자심리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KCC가 예전의 저금리 여건과 전혀 다른 고금리 상황을 맞이하면서 모멘티브 IPO와 관련해 어떠한 카드를 꺼내들지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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