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ELS가 쏟아질 수 있는 것일까.
이 과정은 공모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및 유상증자 과정과 같다. 증권사는 기업의 회사채나 주식 발행을 도와주고 투자자를 모아 연결해 주면서 수수료를 뗀다. 하지만 회사채나 주식 발행은 해당 기업의 정보를 담고 있는 증권신고서를 매번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증권사와 같은 자금 조달과 공급이 수시로 이뤄지는 금융사가 발행 주체가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일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어려운 탓에 일괄신고제도를 적용한다. ELS는 그 적용 대상 중 하나로 셀 수 없이 많은 상품이 쏟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수많은 ELS가 각각 차별화돼 있다면 분명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말 그대로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판매사 입장에선 매번 "특별하다"고 말하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증권사가 주장하는 '특별함'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ELS를 구성하기 위한 기초자산 확보 등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 함정이 존재한다. 많은 기초자산을 확보해야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많은 기초자산을 확보'한다는 것은 관련 매물이 넘쳐난다는 뜻이다. 매물이 넘쳐나면 가치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2021년 발행된 홍콩 ELS에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넘쳐나는 매물'이다. 당시 중국 정부 규제 영향으로 홍콩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2018년 이전 홍콩 증시'였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수 있다. 2018년 이후 지수 개편으로 대형 기술주들이 편입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홍콩 증시 체질이 변했다는 얘기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일괄신고제도를 통해 증권사들에 베푼 편의가 무작위 ELS 발행으로 돌아오고 여전히 그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이러한 '습관적 안일함'을 고치기 위한 노력은 본 적이 없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국내 은행들을 삼성전자에 비유하며 혁신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누가 그런 '괴물'을 만들었는지 당국만 모르는 것일까.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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