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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적극 경영전략 개입…영토 확장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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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적극 경영전략 개입…영토 확장 가속화

자본효율성 강조, 기업 체질 개선에 주력…피할 수 없는 지배구조 개편

과거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재벌을 겨냥한 대기업 위주 계열사에서 중소기업, 금융사 등 여타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신영증권이미지 확대보기
과거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재벌을 겨냥한 대기업 위주 계열사에서 중소기업, 금융사 등 여타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신영증권
국내 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영토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과거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중소기업, 금융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영전략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패턴도 달라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7일 전주지방법원에 JB금융과 핀다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해인 2023년 JB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인 2023년 JB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JB금융은 지난해 핀다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과정에서 투자금 일부를 자회사인 J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해 투자했다. 실질적으로 핀다에 투자한 주체가 JB금융이기 때문에 핀다가 보유한 JB금융 지분은 상호주라는 것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이다.

상호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10% 초과 상호출자)된다. 이에 대해 JB금융은 상호주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 외에도 다수의 금융사들을 겨냥해 주주행동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 다수의 행동주의 펀드가 재벌을 타깃으로 대기업 계열사들을 겨냥한 것과는 분명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지배주주가 없고 재벌의 영역도 아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자본효율성 문제를 지목하며 자산배분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자사주 매입, 합병, 구조조정 등 요구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서 경영전략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가치 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과거 몇몇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이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와 에스엠 사례가 대표적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 지분 확보 이후 지난 2022년 초부터 이수만 에스엠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계약 문제를 거론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부터 에스엠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도 결국 사임했으며 현재 에스엠 주가는 2019년 대비 약 2배가량 올랐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상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 이사직 사임을 요구했다. 현 회장은 다수 그룹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나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한 반면, 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 사례는 KCGI자산운용만의 힘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 회장은 지난 4월 대법원은 현 회장에게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 배상을 판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홀딩아게(쉰들러)가 현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다.

당시부터 현 회장은 기존에 마련한 자금 상환 등을 위해 자신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매각를 고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수년간 쉰들러와 분쟁을 겪으면서 현대엘리베이터 지배구조 선진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통상 행동주의 펀드가 목표한 것을 달성하면 ‘재료 소멸’로 이전 주가 상승분을 되돌리기 마련이다. '오비이락'과 같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현 회장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과 결과는 여론의 공감을 샀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 경영에 불합리한 요인을 제거해 자본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공감을 얻지 못한 사례는 KT&G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KT&G에 인삼사업부 인적분할을 요구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22년 하반기 KT&G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인적분할 효과가 생소한 국내 시장에서 공감대를 크게 얻지 못하면서(안건 불발) 이전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되돌렸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과거 행동주의는 사모펀드의 전유물이나 다름이 없어 물밑에서 작업이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외부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약탈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공감대를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공모펀드가 등장한 이유도 행동주의가 이전과는 다른 전략으로 기업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경영을 개선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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