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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메리츠증권, 시장 상황은 거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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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메리츠증권, 시장 상황은 거들뿐

우발부채 비율 업계 최고…고정이하여신비율 업계 최저

메리츠금융그룹이 미국 미드스트림업체 듀랑고 투자에 나섰다. 부동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여타 분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기저에는 메리츠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존재한다. 업계 최고 우발부채 비율을 고수함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저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유지한다는 점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메리츠금융그룹이 미국 미드스트림업체 듀랑고 투자에 나섰다. 부동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여타 분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기저에는 메리츠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존재한다. 업계 최고 우발부채 비율을 고수함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저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유지한다는 점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메리츠증권이 특유의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위기를 헤쳐가고 있다. 시장 동향에 크게 휘둘리지 않은 움직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듀량고 주식과 채권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11월 설립된 듀랑고는 원유 및 천연가스 처리와 운반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미드스트림 업체다.
이번 투자에는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이 참여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부동산금융 집중도가 높은 만큼 투자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전부터 메리츠증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연스럽게 메리츠증권에 이목이 집중됐다. 메리츠증권의 우발부채 비중이 업계 1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메리츠증권은 우발부채 비중 1위자리를 고수했다. 부동산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탓이지만 정작 문제가 불거진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6월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우발부채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자본대비 164.4%에 달했다. 2016년 말 300%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는 자본확충 영향이 크지만 당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 기조에 따른 활황이 지속됐다. 여타 증권사들이 PF부문을 강화하고 있었지만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전체 흐름에 역행한 것이다.

이러한 ‘역행’ 사례는 최근에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포함한 1조20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결정했다. 지난해 초부터 메리츠증권(인수금융 주관)과 MBK파트너스는 관련 협상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는 메리츠금융그룹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난입에 따른 유통업 경쟁심화 등으로 수익개선 등이 묘연한 상황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가 가진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탓에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타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둔화 등으로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1윌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마련했다. 당시 롯데건설이 보유한 미착공 PF는 3조2000억원이었으며 이중 서울 수도권 사업장이 1조6000억원, 지방 사업장이 1조6000억원이었다. 수도권 지역 비중을 보면 메리츠금융그룹의 행보가 이해된다.

메리츠증권도 부동산 시장 동향이 중요하지만 거래 건수 하나하나에 디테일하게 접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리츠증권이 PF 부실 여파에서 멀어진 배경에는 깐깐한 리스크 관리가 있다.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계열사들과 함께 선순위 투자전략을 취한다. 실제로 전체 PF 대출 건을 보면 90% 이상이 선순위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우발부채 비중은 88%다. 업계 평균(약 50~60%) 대비 높은 것은 물론 가장 큰 수준이다. 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작년 3분기말 기준 증권사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1.8%라는 점을 고려하면 메리츠증권의 리스크관리 능력 수준을 알 수 있다.

다만, 해외 상업용부동산(CRE) 부실 여파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리츠증권도 CRE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부동산금융 집중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부터 부동산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며 “투자를 결정할 때 화재,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들과 협업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 굉장히 깐깐한 과정을 거치는 만큼 리스크 통제 능력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리츠증권 행보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롯데건설 펀드 조성 등)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납득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