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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밸류업’, 엔캐리 트레이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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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밸류업’, 엔캐리 트레이드에 달렸다

더딘 미·일 통화정책 전환…엔·달러 환율 방향 주목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이어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이어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일본이 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 시장의 핵심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다. 한은 기준금리 결정보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 속도가 중요한 상황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이후 코스피 지수는 전일까지 10.8% 상승했다.
기간별로 보면 세부안 발표(2월 26일) 전까지 코스피 지수는 상승했지만 정작 발표 이후엔 증시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이후 국내 증시가 크게 상승한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이 존재한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향후 기준금리 인상 등을 예고했다.

그간 국내 증시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에 짓눌렸다. 두 요인은 국내 증시 상승을 제한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미국과 일본이 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하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은 미·일 통화정책 전환 예고에도 불구하고 기존 상승세(달러 강세, 엔화 약세)가 더 강화됐다. 기존 예상대로라면 국내 증시는 하락했어야 한다. 하지만 상승한 배경으로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꼽힌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타국의 고금리 상품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정확히 추산하긴 어렵지만 업계서는 최소 1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통화정책 방향 등을 발표한 이후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엔캐리 트레이드와 여타 글로벌 자금이 미·일 통화정책 전환에 새로운 투자처로 이머징마켓(EM)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엔·달러 환율 강세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느린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느린’ 통화정책 전환에 발맞춰야 하는 것이다.

국내 증시가 우상향을 그리기 위한 조건은 수출 확대와 원화 강세다. 결국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확대되고 원화 수요가 많아져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어디로 향하는지 여부”라며 “일본으로 자금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국내를 비롯한 여타 증시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지만 수출을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국내 수출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역시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