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증권업종은 1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1.21%)을 웃돈 수치다. 그러나 3월 중순 이후부터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해 코스피 지수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오는 5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주당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각종 지표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가능성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 순자산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PRB이나 ROE 등 개선보다는 직접적이면서도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증권사 중에서도 자사주 비중이 과도한 곳이 상당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증권사가 부국증권이다. 부국증권 자사주 비중은 42.7%로 최대주주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 31.1%)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뿐만 아니라 신영증권(자사주 36.08%), 대신증권(26.27%) 등도 최대주주 지분율 대비 자사주 비중이 높다.
부국증권, 신영증권, 대신증권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각 증권사가 그룹 지배구조와 승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자사주가 결국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이들 증권사는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올투자증권을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 자사주 비중은 2.9%로 최대주주 지분율(25.2%) 대비 현저히 낮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산업은 규제업이기 때문에 일반 사기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증권사 규모가 클수록 정부나 금융당국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어 승계 수단 등으로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형증권사지만 자사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자사주 소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오너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여타 대형증권사들이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자본력이다. 증권사들은 영업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자기자본 비중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이 부담될 수 있다. 그러나 대형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본력을 갖고 있어 중소형 증권사 대비 여유가 있다.
이 연구원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내용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국에서도 경영권 방어 등을 고려해 자사주 소각 문제를 쉽게 다루지 못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각이 어렵다면 자사주 매입의 기회비용을 고려한 ROE 기준 등을 산정해 비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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