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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서경배, ‘다른’ 기업가치 ‘같은’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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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서경배, ‘다른’ 기업가치 ‘같은’ 골머리

낮은 지배력 VS 저조한 실적…눈치 싸움 치열

현대차와 아모레G 주가는 2022년말 이후 정반대 흐름으 보이고 있다. 그룹 총수들의 지분가치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두 그룹 총수의 공통점은 상속 등 최종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사진=딥서치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와 아모레G 주가는 2022년말 이후 정반대 흐름으 보이고 있다. 그룹 총수들의 지분가치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두 그룹 총수의 공통점은 상속 등 최종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사진=딥서치
현대차그룹과 아모레그룹은 현재 지배력과 승계 문제로 각각 고민 중이다. 보유한 지분가치가 정반대 양상을 보이면서 어떤 셈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4일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딥서치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는 각각 5조4590억원, 4조1381억원이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작년말 지분가치는 각각 4조8869억원, 4조216억원이다. 수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 명예회장의 지분가치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분가치 격차가 크게 벌어진 배경에는 현대차가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5.39%, 현대모비스 7.24%, 현대제철 11.81%를 보유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2.65%, 기아 1.76%, 현대모비스 0.32%, 현대글로비스 20.0%, 현대오토에버 7.33%, 현대위아 1.95%, 이노션 2.0%를 갖고 있다.

이중 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18% 상승해 가장 높게 올랐다. 이어 기아(12%), 현대모비스(6%), 이노션(1%), 현대글로비스(-8%), 현대위아(-12%), 현대제철(-13%), 현대오토에버(-0.29%)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정의선 회장 지분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부진한 것이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향후 정의선 회장의 상속세 부담은 높아진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의선 회장 지분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지분을 지키면서 여타 기업들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해운업 재편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는 오는 2025년 동맹을 해체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문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각자도생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조선업 호황도 두 해운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선박발주 등으로부터 기인한다.
해운사들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현대글로비스 또한 수익성 제고가 어려워진다. 현대글로비스가 폐배터리, 중고차 등 여타 사업으로 확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상사주들은 과거 단순 무역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자원개발과 가공, 운반까지 담당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글로비스 체질 개선에 따라 정의선 회장 상속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지난 2022년 이후 지분가치가 하락한 그룹 총수는 서경배 아모레그룹 회장이다.

서경배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아모레G 지분 525.96%, 아모레퍼시픽 10.6%를 각각 보유중이다. 2022년 총 지분가치는 2조6123억원이었으나 2023년 2조3268억원으로 감소한 이후 현재는 2조109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아모레G 기업가치를 끌어내린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지난 2021년을 정점으로 줄곧 하락하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은 1082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실적 컨센서스 추이를 보면 개선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등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승계를 위해서는 후계자들의 경영능력이 입증돼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증권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곳은 중국 시장 회복이다.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세 등 부담은 덜하다. 아모레퍼시픽과 합병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니스프리는 서경배 회장 장녀인 서민정씨와 연관성이 높은 만큼 지분 변동 등에 주목하고 있다. 저조한 실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승계 등에 몰두하게 되면 주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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