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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비트코인 ETF 신청 업데이트하며 '양자 위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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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비트코인 ETF 신청 업데이트하며 '양자 위험' 경고

기관 투자자 암호화폐 시장 진입 속도내는 가운데 미래 기술 위협 선제적 공시
현물 이더리움 ETF 신청서도 업데이트...현물 발행-상환 메커니즘 도입
규제 당국과 협력 강화하며 디지털 자산 제도권 통합 노력 지속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자사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서를 업데이트하며 양자 컴퓨팅 기술이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보안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경고했다고 암호화폐 전문매체 파인볼드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이지만, 블랙록의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 업계 전반에서 미래 혁신 기술이 디지털 자산의 핵심 기반인 암호화 체계를 언젠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작동 방식을 가진 양자 컴퓨팅은 큐비트(qubit)라는 양자 역학적 단위를 활용하여 정보를 처리한다. 큐비트는 0 또는 1의 두 가지 상태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는 기존 비트와 달리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중첩'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특성 덕분에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복잡한 문제를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속도로 해결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거래 기록의 위변조 방지와 지갑 소유권 증명을 위해 복잡한 암호화 알고리즘에 의존한다. 만약 미래에 양자 컴퓨팅 기술이 충분히 발전해 현재의 암호화 체계를 깨뜨릴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악의적인 공격자들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개인 지갑의 비밀 키를 알아내 자금을 탈취하거나, 거래 내역을 조작하는 등의 사이버 공격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양자 컴퓨팅의 발전 수준과 암호화폐에 대한 실제적인 위협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한 영역이다. 그러나 블랙록이 비트코인 ETF 위험 공시에 이례적으로 '양자 위험'을 포함시킨 것은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블랙록 측은 양자 컴퓨팅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먼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 요인까지 충분히 인지하도록 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ETF 발행사들은 일반적으로 상품과 관련된 광범위한 잠재적 위험 요소를 투자자들에게 상세히 공시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특히 변동성이 크고 비교적 새로운 자산군인 디지털 자산의 경우, 규제 불확실성, 시장 변동성, 기술적 취약성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블랙록이 여기에 양자 컴퓨팅이라는 미래 기술의 위협까지 추가함으로써, 투자자들은 현재의 위험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발행사가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행보로 평가된다.

한편, 양자 컴퓨팅에 대한 잠재적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는 출시 이후 꾸준한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에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의 3주 동안 지속적인 순유입을 보이며 수십억 달러의 운용자산을 빠르게 확보한 것은, 기술적 및 규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랙록은 비트코인 ETF뿐만 아니라 현물 이더리움 ETF 신청서에도 중요한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현물 발행 및 상환 메커니즘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ETF 주식을 현금 대신 이더리움으로 직접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거래 수수료를 절감하고 유동성을 높이며 디지털 통화와 법정 화폐 간의 불필요한 환전 과정을 없애는 장점을 지닌다.

현물 거래 구조는 특히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에게 더욱 효율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고, 주문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 간의 차이인 슬리피지(slippage)를 줄여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물 거래 모델은 기존 ETF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암호화폐 기반 펀드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 규제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 분야에서 긍정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블랙록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와 관련하여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회동을 통해 ETF의 스테이킹 메커니즘, 전통 금융 시장에서 토큰화된 증권의 잠재적 역할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블랙록이 단순한 상품 출시를 넘어 디지털 자산을 주류 투자 포트폴리오에 통합하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 관련 일련의 업데이트들은 암호화폐 투자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혁신적인 상품 구조를 모색하는 동시에 미래의 잠재적 기술 위협까지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대비하는 블랙록의 행보는, 전통 금융 거물이 디지털 자산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암호화폐 시장이 과도한 기대감이나 투기적 열풍에만 의존하는 시장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제는 신중한 위험 관리, 규제 당국과의 건설적인 논의,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혁신적인 상품 개발이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블랙록의 사례는 디지털 자산이 점차 제도권 금융 시스템 내로 통합되어 가는 중요한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투자자들이 미래의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