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선 SK텔레콤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이니 약관에 따라 사고 이후 해지한 이용자들에겐 위약금을 물려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약관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서의 성장세가 돋보이면서 그룹 시가총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72%(5500원) 오른 20만8000원에 마감했다. SK텔레콤의 해킹 사태인 지난 4월 22일부터 이날까지 19.68%(3만4200원) 오르면서 시가총액은 24조8977억 원이 증가했다. 이날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의 시총은 SK그룹 전체 시총(225조3569억 원)의 67.19%인 조 151조 4245억 원으로 SK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기간 SK그룹의 시총은 27조5871억 원 불어났다. 20개의 SK그룹 계열사 중 SK케미칼의 주가가 48.43% 올라 가장 큰 등락률을 기록했고, SK오션플랜트(21.82%), 드림어스컴퍼니(21.80%), SK(21.56%), SK하이닉스(18.68%) 등이 크게 올랐다.
SK그룹을 이끄는 SK하이닉스의 강세는 HBM3E(5세대)에 이어 HBM4(6세대) 진입에서도 기술 선점과 공급 우선권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HBM 수요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업이 시장 장악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AI 수요 확대에 따라 HBM 수요는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리 씨티그룹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HBM 공급 부족 현상이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HBM 수요는 전년 대비 106%, 내년에는 57%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이유로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종목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1조4524억 원 어치 사들이며 국내 기업 중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LG 그룹은 9조6170억 원 증발하며 10대 그룹사 중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120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LG계열사 중 가장 높은 시총을 가진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12.95% 넘게 내리면서 그룹 전체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업황 부진이다. 시장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기를 지나 일시적인 수요 둔화 국면인 캐즘(Chasm)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인 조정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구조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주요국의 인플레이션과 보조금 축소, 인프라 미비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며 "2021년 115.3%였던 성장률이 2022년 62.6%, 2023년 26.6%로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책 리스크도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이 반영된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전기차 보조금(최대 7500달러)을 2026년 조기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증권가는 전기차 성장 둔화와 정책 리스크를 반영해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에만 8곳의 증권사가 목표가를 낮췄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보조금의 조기 폐지는 미국 내 수요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만약 AMPC(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까지 조기 종료된다면, 관련 기업들의 기대 수혜 규모도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전망도 부정적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은 전 분기보다 10% 줄어든 5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379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전방 고객사들의 보수적인 재고 전략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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