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도박·담배·주류 산업의 이중성… ESG 투자 확대 속 역설적 수익성 부각

이런 변화 속에서 투자에서 배제되는 산업군, 이른바 '죄악주(Sin Stocks)'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죄악주는 담배, 주류, 도박, 무기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주식을 뜻한다. 최근 발표된 서스틴베스트의 ESG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중에서도 총 14개 기업이 죄악 산업에 속해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 국내 죄악주,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상장사 중 네거티브 스크리닝(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사업 배제) 대상으로 총 14개 기업을 지목했다. 분류는 다음과 같다.
특히 무기 산업은 ESG 기준에서 가장 엄격한 네거티브 스크리닝이 적용되는 분야다. 국내 무기 관련 기업들은 방위사업법 제35조(방산업체의 지정 등)에 따라 지정된 방산업체를 포함하며, 그중 일부는 국제사회가 금지한 무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강한 투자 회피 요인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풍산과 풍산홀딩스는 집속탄(cluster munition)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집속탄은 한 개의 탄두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어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유발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낼 위험이 커 100개국 이상이 생산과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풍산 계열사는 유럽계 연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기관들의 투자 배제목록(exclusion list)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죄악주는 사회적 비판을 받지만, 역설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안정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KT&G는 높은 배당수익률(2024년 기준 7% 이상)과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기관투자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 운영사로, 독점적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한다.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한 결과 서스틴베스트가 분류한 14개의 죄악주 가운데 대인지뢰를 만드는 SNT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 23일까지 202.51%(3만7890원) 오른 5만6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전쟁이 발발하면서 방산주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아 14개의 종목 가운데 대인지뢰, 집속탄을 만드는 기업들이 모두 수익률 상위자리를 기록했다.
풍산은 방산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 증가와 함께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도덕적 논란이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상황속에서 최근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풍산과 풍산홀딩스는 올해 들어 각각 172.27%, 98.07% 올랐다. LIG넥스윈도 17.27% 올랐다.
실제로 죄악주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있음에도, 이들 기업의 주가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ESG 평가와 실제 투자 수익률 간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스틴베스트는 죄악주에 대해 "상기 사업 영위 여부에 따라 평가대상종목에서 배제하고 있지 않지만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 측면 의사결정을 돕고자 참고자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죄악 산업에 속한 일부 기업은 규제·진입장벽이 높아 독점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오히려 시장에서 '방어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 죄악인가, 기회인가… 투자자의 기준이 필요할 때
국내 ESG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죄악주는 여전히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기준이 중요해지는 시대인 만큼, 단순한 수익률만으로 죄악주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판단은 투자자의 몫이다. "도덕을 기준으로 죄악주를 피할 것인가, 수익을 기준으로 기회를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 윤리와 실리 사이, 죄악주라는 투자 딜레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다.
주요 해외 연기금의 투자 배제 기준을 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담배, 석탄, 무기 생산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또한 집속탄, 대인지뢰 등의 무기 생산 기업과 담배생산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도 중단한 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