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출사표…불꽃 튀는 'KRW' 상표 선점

국내에서 원화(KRW)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원화 스테이블코인 출시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KB국민은행·넥써스·비댁스·페어스퀘어랩 등이 복수의 상표를 출원,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에 나섰다.

25일 특허청의 지식재산정보 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서 원화를 의미하는 통화 코드 'KRW'로 출원된 상표를 검색하면 무척 많은 상표가 신규 출원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체로 '원화'를 강조해 KRW를 넣고 그 앞뒤에 다른 철자를 더하는 식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KRWKP', 'KPKRW', 'KRWP' 등 'KRW'와 자사 브랜드를 결합한 18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분류는 가상자산 금융거래업, 전자이체업, 중개업,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채굴업 등으로 다양하다.

카카오뱅크 역시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 상표를 12건에 걸쳐 출원했다. KB국민은행도 'KBKRW', 'KRWKB', 'KRWST' 등 17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를 등록하며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게임업체 넥써쓰(NEXUS)는 바이낸스(BNB) 체인 기반으로 'KRWx' 상표를 등록한 데 이어 미국 달러(USDx)·유로(EURx)·엔화(JPYx)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상표도 추가로 출원했다. 특히 넥써쓰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대를 위해 홍콩 법인(Nexus Stable HK) 설립을 25일 공식화했다.

장현국 넥써쓰 대표는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세부 시행규칙은 곧 발표될 예정이다. 홍콩은 HKDx 발행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외환시장 덕분에 다른 OOOx 스테이블코인 발행에도 이상적이고 규정을 준수하는 관할권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주요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암호화폐(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댁스(BDACS)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염두에 두고 2023년 'KRW1', 'KRW-ONE'를 일찌감치 상표 출원해 등록을 마쳤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인 1월 2일 'KRW-1'도 상표 등록을 마쳤다.

비댁스 관계자는 "코인 발행 담보 재원은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있고, 파트너사들도 있다. 또 우리은행에서 담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은행과 협업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국내 넘버1 스테이블코인사로 발돋움, 나아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며 관련 금융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페어스퀘어랩·오픈에셋·미래에셋컨설팅 등 국내 주요 금융·핀테크·블록체인 기업들의 관련 상표 출원도 잇따르고 있다. 상표 출원은 개인도 할 수 있는 만큼 몇몇 개인도 'KRW'를 기반으로 하는 상표를 출원했다. 그러다 보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명칭이 대체로 대동소이해 이용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한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 하면 대체로 테더(USDT)나 USD코인(USDC), 바이낸스USD(BUSD) 등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떠올랐다. 그 때문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더라도 해당 코인이 원화의 가치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하려면 아무래도 친숙한 'KRW' 표기에 가까운 상표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KRW'가 포함된 쉽고 간결한 상표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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