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차익 매물 억제…내년부터 40%로 확대

기업공개(IPO) 제도가 대폭 손질됐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개편안의 핵심은 기관투자자에 배정되는 공모주의 30% 이상을 일정 기간 의무 보유하도록 한 점이다. 그간 ‘묻지마 수요예측’과 상장 직후 대규모 매도로 이어지던 단기 차익 실현 구조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내년부터는 의무 보유 비중이 40%로 확대된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공모주 청약 단계에서 확약 기관에 최소 30%를 우선 배정해야 한다. 기관의 확약 참여가 목표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부족분의 최대 1%를 인수해 6개월간 의무 보유해야 한다.
이는 IPO 직후 반복되던 매도세로 인한 시장 신뢰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IPO에서 기관 배정 물량의 절반 이상이 상장 당일 매도되며 논란이 됐다.
금융당국은 "제도의 취지는 장기 투자 중심의 공모 생태계를 정착시키는 데 있다"며 "단기 투기 세력은 줄고 실수요 중심의 청약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이 단기적으로 IPO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거품이 줄고 장기 보유 유인이 생기면서 공모주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가 책정 과정에서 일부 기관이 높은 가격에 물량을 배정받고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며 "의무 보유 장치를 통해 기업 가치 중심의 청약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제도는 기관뿐 아니라 주관사의 책임도 강화했다. 수요예측 결과 의무 보유 물량이 부족하면 주관사가 일부 물량을 직접 인수해 일정 기간 보유해야 한다.
이는 단순 중개에 머물렀던 주관사의 역할을 실질적인 투자 판단 주체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주관사는 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기업 중심으로 IPO를 선별하게 되고, 이는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는 올해 하반기 IPO부터 적용되며, 2026년부터는 의무 보유 비중이 40%로 상향된다.
단기적으로는 청약 경쟁률 하락과 공모가의 보수화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공모주 시장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기관 수요예측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반 청약자의 이탈도 불가피하다"며 "이번 개편이 단기 차익보다 기업 성장과 장기 수익에 초점을 맞춘 공모 구조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도 IPO에서 기관투자자의 일정 지분을 의무 보유하는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통상 90일, 영국은 180일의 자발적 락업이 일반적이며, 해외 기관투자자도 일정 비율의 장기 보유를 계약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