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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호텔신라, 인천공항 DF1 면세점 철수 '뼈 깎는 구조조정'...시장은 반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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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호텔신라, 인천공항 DF1 면세점 철수 '뼈 깎는 구조조정'...시장은 반등 기대

사진=2025 HOTEL SHILLA SUSTAINABILITY REPORT이미지 확대보기
사진=2025 HOTEL SHILLA SUSTAINABILITY REPORT
호텔신라가 재무 구조를 옥죄던 최악의 족쇄를 스스로 끊어냈다. 대규모 적자를 유발했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철수 결정에 시장은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하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결국 경영진의 중대한 판단 미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DF1 철수라는 고통스러운 결단을 통해 과거의 실책을 바로잡는 경영 정상화 능력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이부진 사장에게 집중된 CEO 중심의 지배 구조는 재무적 위기와 별개로 반복되는 평판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동력이자 잠재적 위험으로 공존하고 있다.

■ 경영 능력의 그림자: '승자의 저주'와 1조 원대 시가총액 추락


호텔신라의 기업 가치는 2023년 면세점 입찰에서 비롯된 '승자의 저주'(경매에서 과도한 가격으로 낙찰받아 오히려 손해를 보는 현상)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당시 엔데믹 직후의 과도한 낙관론과 경쟁심 속에서 호텔신라는 DF1 권역에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168%의 고가 투찰률을 제시하며 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부진 사장과 신세계 정유경 회장 간 '면세점 경쟁'으로 불렸던 무리한 외형 확대 전략은 곧 대규모 적자를 낳았다.

면세업황이 예상과 달리 부진하고 객단가 회복이 더디자,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된 임차료는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하며 적자를 누적시켰다. 결국 호텔신라는 사업권을 획득한 지 불과 2년 만인 2025년 8월, 임대료 40% 감액을 요청하며 공항공사와 민사조정까지 나섰으나, 공항공사는 "공개 입찰의 취지 훼손"을 이유로 거부했다.

호텔신라 시가총액 추이.  그래프=정준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호텔신라 시가총액 추이. 그래프=정준범 기자

이러한 경영 판단 미스의 결과는 시가총액 추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2022년 말 시가총액 3조 2600억 원대(시총 순위 94위)였던 시가총액은 면세 리스크가 극대화된 2024년 말 1조 4500억 원(186위)까지 추락하며 기업 가치가 반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시가총액 순위의 급격한 하락은 경영진의 실책이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가 반영된 것이다.

■ 고통 수반된 구조조정: 재무 체질 개선과 실적 반등


호텔신라는 결국 1900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2025년 9월, DF1 권역 철수를 결정하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는 초기 경영 판단 미스를 되돌리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DF1 철수는 연간 4,293억 원의 매출 감소를 유발하지만, 연간 700억 원대로 추정되던 적자 부담을 해소하여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시장은 경영진의 이 같은 과감한 손절매 결단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시가총액은 2025년 9월 25일 기준 2조 1200억 원 수준까지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목표주가 68,000원), 한화투자증권(76,000원) 등 증권가 역시 목표주가를 상향하면서 재무적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한 기대를 내비쳤다. 단기적으로 2025년 3분기에도 호텔&레저 부문의 양호한 실적이 면세 부문의 적자를 상쇄하며 연결 기준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자료=NH투자증권이미지 확대보기
자료=NH투자증권

■ 지배 구조의 특징: 이부진 사장 중심의 반복적 리스크 관리


재무적 리스크가 해소되는 국면에서도 호텔신라는 호텔&레저 부문에서 반복되는 평판 리스크라는 질적 위험을 안고 있으며, 이는 CEO 중심의 지배 구조 특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가장 최근 사례인 2025년 9월, 서울 신라호텔이 국가 행사를 이유로 11월 초 예식을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하면서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호텔신라는 결국 고객에게 예식 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리며 사태를 수습했다. 이는 1억~2억 원대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해서라도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는 CEO 차원의 결단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패턴은 2011년 발생했던 '한복 출입금지 논란'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2011년 1월, 한복 디자이너의 한복 착용을 이유로 호텔 뷔페 '더 파크뷰' 출입을 거부하면서 '한국 대표 호텔의 문화적 배타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당시 사태는 이부진 사장이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겨우 봉합되었다.

두 사례 모두 소비자 및 문화적 이슈에 대한 낮은 감수성으로 인해 심각한 평판 리스크를 초래했으나, 최종적으로 오너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비용과 진정성을 투입하여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으로 관리되었다. 이는 리스크 대응이 신속하고 단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진의 개인적인 의지와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중앙집권적 위기 관리 시스템을 보여주며 구조적 한계를 내포한다.

■ 재무 정상화 vs 구조적 리스크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DF1 철수라는 고통스러운 결단으로 재무적 체질을 한층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면세 부문의 적자 부담이 해소되면서 본업인 호텔&레저 사업의 견고한 수익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안정적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다만 경영진의 판단 미스 가능성과 CEO에게 집중된 평판 리스크 관리 구조라는 질적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호텔신라의 향후 성패는 면세업의 구조적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반복되는 호텔 부문의 평판 리스크를 어떻게 근본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할지에 달려 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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