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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5000억 자본확충…금융투자업계 자기자본 '8조클럽'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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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5000억 자본확충…금융투자업계 자기자본 '8조클럽' 경쟁

지난 10월 메리츠증권 Super365가 뉴욕 나스닥타워에 소개되고 있다. 사진=메리츠증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월 메리츠증권 Super365가 뉴욕 나스닥타워에 소개되고 있다.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이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금융투자업계의 자본 확충 경쟁에 가세했다. 자기자본 규모가 사업 영역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자기자본 '8조클럽' 진입을 노린 전략적 포석이란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무의결권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9월 말 기준 7조1917억원에서 7조6000억원대로 끌어올리게 된다. 4분기 실적이 뒷받침되면 연내 8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연말 기준 자기자본 순위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은 증권업계에서 단순한 지표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종합금융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로 지정했다. IMA는 고객예탁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고난도 금융 서비스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참여할 수 있다.
발행어음까지 더하면 자본력의 레버리지 효과는 극대화된다. 발행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00%, IMA까지 포함하면 최대 300%까지 외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자기자본 8조원이면 최대 24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등 고수익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면 '자본 8조'가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된 셈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자기자본이 크면 클수록 운용 가능한 자금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기업금융·대체투자·모험자본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더 큰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자본 규모가 곧 조달능력이자 사업 확장력을 결정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단


메리츠금융지주가 SPC(특수목적법인)에 풋옵션을 제공하며 증자 구조를 설계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룹 신용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단순히 단기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자본확충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움직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서도 기존 단계를 통과해 외부평가위원회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이는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자본 확충과 조달 수단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금융위의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도 자본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신설돼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

반면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기존 30%에서 10%로 대폭 축소됐다. 전통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에서 기업금융·벤처·신산업 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구도다. 자기자본이 크고 자금조달 여력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이런 변화에서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증권만이 아니다. NH투자증권이 IMA 진출을 앞두고 6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신한·삼성·메리츠 등 주요 증권사가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업계 전반이 '자본 키우기' 경쟁에 본격 돌입한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 규모가 이제 단순한 재무 건전성 지표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과 직결되는 요소가 됐다"며 "정책 변화와 산업구조 재편이 맞물리면서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증권사일수록 신사업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이번 유상증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기민한 움직임 중 하나로 평가된다.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메리츠증권이 자본 레벨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사업 확장에 나선다면, 상위권 증권사들과의 경쟁 구도는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