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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해진 ETF 주가 양극화 심화...시장구조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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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해진 ETF 주가 양극화 심화...시장구조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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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거래소
최근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순자산총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종목 가격대별 분포의 불균형이 극심해지고 있다. ETF 가격이 16만 원을 넘는 고가 영역으로 쏠리는 한편, 시장을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는 700원대 동전주로 전락하며 시장 왜곡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

4일 글로벌이코노믹이 분석한 결과, 1년 사이에 고가 ETF에 자금이 더욱 집중되고 초저가 영역이 새롭게 출현하는 '가격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ETF는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동전주는 투기를 유발하며 투자자 보호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ETF에 대한 '액면가 조정(분할·병합)' 허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3일과 2025년 12월 3일의 국내 상장 ETF 가격대별 통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1년 사이 시장 규모는 약 88.1% 급성장했으나, 성장의 과실과 위험은 극단적인 가격대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1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1000원 미만의 동전주 영역이 새롭게 출현했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 3일에는 1000원 미만 종목이 없었으나, 2025년 12월 3일 기준 4개 종목이 이 초저가 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최저가 5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모두 시장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인버스 2X(곱버스) 상품이며 종가가 700원대로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처럼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상품이 700원대라는 비정상적인 가격을 형성하면서, 개인 투자자가 '싸 보인다'는 착시로 인해 무리하게 거래에 나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저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단기 투기세가 몰려 손실 위험이 확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고가 및 동전주 양극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문제 해결의 수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ETF는 자본시장법상 '수익증권'으로 분류되는 반면, 액면분할·병합을 규정한 상법은 대상을 '국내 주식'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 ETF는 투자 단위를 낮출 방법이 없고, 700원대 동전주로 전락한 ETF는 적정 가격대로 복원할 방법이 없어 시장 비효율성이 고착화되고 있다.
ETF의 효율적인 거래와 유동성은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평가다. ETF 시장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운용사가 ETF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질 경우 분할 또는 병합을 통해 가격대를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시장 안정과 투자자 편의에 필수적인 조치로 여겨진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는 매년 다수의 ETF가 분할·병합 절차를 거치며 가격 구간을 관리한다.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TF와 ETN(상장지수증권)의 액면가 조정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ETF 가격이 10만 원을 넘어가면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분할·병합 허용은 가격 접근성을 높여 고가 ETF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동전주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여 투자자 보호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1년 단위 통계 분석 결과는 국내 ETF 시장의 가격 불균형이 더 이상 개별 사례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심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고가 쏠림과 동전주 확산이라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ETF에 대한 액면가 조정 허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