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① 구글시트를 통해 한국거래소 OPEN API 데이터 가져오기
증권부 기자에게 숫자는 일상이다. 주가와 지수, 등락률, 시가총액과 거래대금까지 매일같이 다양한 숫자를 접하고 기사에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기자의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일 역시 숫자다. 데이터를 복사해 붙여넣고,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를 정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연말을 맞아 과거 지수를 다시 찾아 비교하고 계산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해석과 문장인데, 그 이전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선택한 도구는 파이썬 대신 누구나 쓰기 쉬운 구글시트로 한국거래소(KRX) OPEN API를 통해 데이터를 직접 가져오는 것이었다. 구글시트에서 앱스 스크립트로 코딩을 한다는 것을 사전에 chatGPT에게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OPEN API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데이터 창구다. 한국거래소(KRX) OPEN API는 지수, 주가, 파생상품, ETF, 금현물 등 거래소가 공식 집계한 데이터를 정해진 형식으로 제공한다. 웹사이트에서 숫자를 하나씩 복사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이나 구글시트 같은 도구를 통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약속된 통로’다. 여기에 OPEN이 붙으면, 특정 회사나 내부 시스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외부 사용자에게 공개된 API라는 뜻이 된다.
일단, 간단한 자동화를 위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chatGPT 5.2를 통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명 바이브 코딩이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인증키 오류, 날짜 포맷 문제, 실행은 되는데 결과가 비어 있는 상황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분명했다. AI는 모든 답을 한 번에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문제를 단계별로 쪼개고 구조를 잡아주는 협업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무엇을 자동화할지, 무엇은 사람이 판단해야 할지를 스스로 정리하게 만들었다.
전환점은 설계 원칙을 세우면서 찾아왔다.
사전에 발급받은 한국거래소 OPEN API 인증키는 코드에 직접 하드코딩하지 않고 속성(Properties)에 저장해 보안과 유지 관리를 분리했다. 지수 데이터를 불러오는 스크립트는 종목 자동화와 완전히 분리된 전용 함수로 구성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하나 정했다.
“데이터는 자동으로, 해석은 사람이.”
이미지 확대보기입력 시트에는 실행 버튼 역할을 하는 이미지를 배치했다.
날짜만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화가 바로 작동하도록 했다. 코드를 전혀 몰라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의도했다.
하루 정도 직접 사용한 뒤 부서 내 다른 기자들에게도 공유해봤다. 반응은 예상보다 호의적이었다. “어렵지 않다”, “날짜만 바꾸면 되는 거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개인 실험을 넘어, 부서 단위로 확장 가능한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자동으로 추출된 데이터는 그 자체로 기사가 되지는 않는다. 대신 기자가 필요한 도표와 비교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연말 지수만 골라 비교하거나, 변화 폭이 큰 지수만 따로 그래프로 만드는 2차 가공은 여전히 기자의 몫이다. 자동화는 취재를 대신하지 않는다. 다만 취재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역할에 머문다.
증권부장으로서의 개인적인 경험도 이 실험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대형 증권사에서 IB부서와 자금, 회계, 기획부, 홍보 부서를 거치며 숫자를 늘상 다뤄왔었다.
그러나 그 경험치가 AI와 만나자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일을 더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셈이었다.
이 실험이 의미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접근성이다.
한국거래소 OPEN API 인증키는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기자는 물론 개인 투자자와 일반 사용자도 신청이 가능하다. 고가의 데이터나 폐쇄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공개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였다.
AI에게 당부하기를 본인과 비전공자를 고려해 주요 코드 각 단계마다 충분한 주석을 달기를 주문했다. 또한 실행 버튼을 할당해 버튼을 누르면 바로 작동하도록 구성했다.
주식 투자자와 데이터에 관심 있는 독자들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했다. 자동화의 결과보다 과정과 구조를 공유하는 데 더 의미를 두었다.
이 경험은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AI는 기자를 대체하지 않는다. 대신 기자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해 준다.
코드는 이제 개발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업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AI와 함께 만들어볼 수 있는 도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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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geconomy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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