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2 00:00
[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16: 마벨(Marvell), CXL의 무서운 힘과 인공지능 영토 확장실리콘밸리 산호세에 위치한 마벨 테크놀로지 본사 1층 로비에 가죽 재킷을 입은 사내가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이었다. 비서진도 대동하지 않은 채 사옥으로 걸어 들어온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마벨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이 황급히 내려와 그를 CEO 접견실로 안내하려 하자, 젠슨 황은 손을 가로저으며 "회의실로 가자"고 다그쳤다.당시 엔비디아는 H100과 차세대 블랙웰 칩을 팔아치우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으나, 내부적으로는 거대한 재앙이 싹트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거대 테크 기업들2026.07.21 00:00
[김대호 진단 반도체 기업 열전 ⑮ 문샷(Moonshot) ... 시진핑의 꿈과 실리콘밸리 침공 중국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막식이 열린 세계엑스포센터의 대강당은 기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으나 장내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의 무게를 바꾼 것은 한 청년의 등장이었다. 옅은 미소를 띤 채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 1992년생의 젊은 과학자, 바로 문샷 AI(Moonshot AI, 중국명 月之暗면)의 창립자 양즈린(Yang Zhilin) CEO였다. 그가 스크린을 향해 손을 뻗자 대형 디스플레이에 거대한 숫자가 찍혔다. '2,800,000,000,000'. 무려 2조 8,000억 개의 매개변수(Parameter)를 가2026.07.20 16:25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가 그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한 말이다. 정부가 아무리 선한 의도와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경제적 법칙을 무시한 정책은 결국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준엄한 경고다.1789년 프랑스 혁명 정부의 최고 권력자 로베스피에르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우유 가격을 강제로 동결했다. 의도는 숭고했으나 현실은 참혹했다. 이윤이 남지 않게 된 낙농가들이 젖소를 도축해 고기로 팔아치우면서 우유 공급은 완전히 끊겼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의 숨통을 조인 '선2026.07.20 00:00
[김대호 진단] 반도체열전 ⑭ ASML, 무소불위 '슈퍼 을'"갑보다 더 센 무소불위의 슈퍼을"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극자외선 노광광지 메이커 ASML의 별명이다.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도 ASML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ASML은 반도체 미세 공정이 나노미터(nm) 단위를 넘어 원자 수준의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이 기업을 가리켜 '갑(甲)보다 더 센 을(乙)', 혹은 '무소불위의 슈퍼 을'이라 부른다. ASML의 출발은 소박했다. 1984년 네덜란드의 가전 거인 필립스(Philips)와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 인터내셔널(ASMI)의 50 대 50 합작 투자로 설립되었을 당2026.07.19 00:00
[김대호 진단] 초격차의 승부사들 반도체 기업 열전 (13회) - 오라클(Oracle): 데이터 제국의 반격, 벼랑 끝에서 하이퍼스케일러를 꿈꾸다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는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통제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주도해 온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 소프트웨어 공룡 오라클(Oracle)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려한 도전의 이면에는 주가 급락과 실적 부진이라는 차가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오라클의 창업주 래리 엘리슨은 1944년 뉴욕에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폐렴을 앓은 뒤 이모 부부에게2026.07.18 00:00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점에서 구글(Alphabet)은 단순한 검색 엔진 기업을 넘어 AI 제국의 본산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 AI 기술의 지형도를 그려보면, 그 기원과 정점에는 항상 구글이 존재한다. 구글이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가장 상징적인 에피소드는 2016년 3월 서울에서 벌어진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다. 당시 전 세계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만큼은 기계가 인간의 직관을 넘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알파고는 심층 강화학습을 통해 인간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안겼다. 이는 구글이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매몰되2026.07.17 00:00
반도체는 생각보다 공정이 복잡하다. 소재 부품 장비에서 부터 설계 제작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원하는 반도체에 이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종류의 기업들이 서로 얽혀있다. 생태계의 구조와 가치 사슬이 그 어떤 산업보다 심하게 얽혀있다. 어느 한 곳이라도 비꺽거리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 반도체 생태계에서 가장 힘이 센 곳은 단연 ASML이다. 흔히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GPU 목줄을 쥐고 있는 엔비디아나 TSMC 또는 인텔, 삼성전자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들조차 머리를 숙이며 제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기업이 존재한다. 그 주인공은 네덜란드의 ASM2026.07.16 00:00
대만 사람들은 TSMC를 가리켜 호국신산(護國神山) 또는 '수호신산'이라 부른다. 나라를 지키는 영험하고 거대한 산이라는 뜻이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대전환기 속에서 전 세계의 패권은 이제 영토나 군사력이 아닌 '실리콘(반도체)'의 나노미터 단위 미세 공정 위에서 결정된다. 실리콘 밸리의 황제 젠슨 황이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 설계를 발표하고, 구글과 브로드컴이 독자적인 ASIC 영토를 확장하며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인공지능 제국의 패권을 외칠 때, 이 모든 화려한 야망들의 명줄을 한 손에 쥐고 흔드는 단 하나의 기업이 존재한다. 바로 타이완의 반도체 위탁 생산 거인, TSMC다.중국의 노골적인 무력 위2026.07.15 00:00
2018년 4월 2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 YMTC(양쯔메모리) 공장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산 부품 공급을 차단하는 가혹한 제재를 발표하며 중국 ICT 생태계의 목을 조여오던 일촉즉발의 시기였다. 시진핑은 도열한 임직원들에게 결연한 어조를 일장 연설을 했다.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한 사람이 될 수 없다. 핵심 기술은 구걸해서 얻을 수 없으며, 반드시 우리 자신의 손으로 독자적인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이른바 중화민족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전 세계에 선포한 역사적 에피소드이2026.07.14 14:48
2001년 5월 8일, 그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던 뉴욕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에서 전대미문의 참혹한 재고 소각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가 사활을 걸고 애지중지 만들어왔던 최첨단 제조 제품들을 창고에서 꺼내 무더기로 폐기하며 땅에 묻어 버리는 충격적인 일이 터졌던 것이다. 재고소각으로 단 한순간에 기업의 회계 장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산 금액만 무려 22억 달러에 달했다. 경영 사학자들은 이 잔혹한 참상을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과오이자, 닷컴버블 붕괴의 도화선이 된 '시스코 재고 소각 사건'이라고 기록하고 있다.시스코는 2000년 3월 소프트웨어의 제왕이었던 마이크로2026.07.14 00:00
인공지능(AI) 혁명하면 우리는 먼저 엔비디아(NVIDIA)와 그들의 GPU를 독점 위탁 생산하는 TSMC로 쏠린다. 젠슨 황이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새로운 AI 칩을 발표할 때마다 글로벌 증시는 요동친다. 그러나 거대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의 데이터센터 내부로 걸어 들어가 보면, 그곳에는 엔비디아의 광휘에 가려진 채 묵묵히,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또 다른 거인이 존재한다. 바로 시스템 반도체와 네트워크 인프라의 절대 강자, 브로드컴(Broadcom)이다.브로드컴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업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가 브로드컴의 로고가 박힌 완제품을 상점에서 구매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언컨대,2026.07.13 00:00
오늘날 전세계의 메모리 반도체를 석권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위대한 유전자는 누가 뭐래도 현대그룹 창업주 아산(峨山) 정주영 회장의 무모한 뚝심에서 시작되었다. 1983년 2월 23일 현대그룹은 자본금 100억 원과 직원 500명 규모로 '현대전자산업주식회사' 설립 등기를 공식 완료하고 법인을 출범시켰다. 이병철 회장의 삼성이 '2·8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본격 진출을 전 세계에 알린 지 불과 보름 만에 감행한 정주영식 정면 승부의 선언이었다.그 당시 중화학공업과 건설, 자동차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정 회장이었기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실리콘 칩 공장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것은 제조업의 무덤으로 들어가는 길"2026.07.12 00:00
[김대호 진단] 초격차의 승부사들 "반도체 열전" ③ 도시바-키옥시아...일본의 승부수 ‘도시바-키옥시아’의 대반전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급격히 이동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과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사건이 일어났다. 일본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전문 기업인 키옥시아홀딩스(Kioxia Holdings Corporation)가 일본 제조업의 상징이자 오랜 기간 일본 경제의 절대 권력으로 군림해 온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시가총액 44조 엔을 돌파하며 1년 반 전 상장 당시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50배 이상 폭등한 이 극적인 장면은 단순히 한 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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