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마날라판, 5000만 달러 이상 초고가 거래 잇따르며 남부 플로리다 최고 부촌 부상
래리 엘리슨·토니 로빈스 집결한 인구 500명 마을, 평균 매매가 1년 새 36% 폭등…"살 땅이 없어서 가격 못 내린다"
대서양·내륙수로 '양면 조망' 희소성 + 주거전용지구 지정으로 공급 구조적 한계
플로리다 무소득세 제도와 글로벌 자산 재배분 흐름이 부호 이동 가속
래리 엘리슨·토니 로빈스 집결한 인구 500명 마을, 평균 매매가 1년 새 36% 폭등…"살 땅이 없어서 가격 못 내린다"
대서양·내륙수로 '양면 조망' 희소성 + 주거전용지구 지정으로 공급 구조적 한계
플로리다 무소득세 제도와 글로벌 자산 재배분 흐름이 부호 이동 가속
이미지 확대보기래리 엘리슨이 2590억 원 쏟아부은 마을
부동산 전문 매체 맨션 글로벌(Mansion Global)이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오라클(Oracle)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은 2022년 이 마을의 대저택 '제미나이(Gemini)'를 1억 7300만 달러(약 2590억 원)에 사들이며 마날라판을 전 세계 부호들의 레이더망에 올려놓았다. 이는 당시 남부 플로리다 단독주택 거래 사상 역대급 금액이다.
엘리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역 내 주요 시설인 '오 팜비치 리조트 앤 스파(Eau Palm Beach Resort & Spa)'까지 인수하며 이 지역 생태계를 통째로 장악하는 행보를 보였다. 해당 리조트에는 세계적인 일식 레스토랑 '노부(Nobu)'가 입점해 있어 마날라판 거주 자산가들의 비공식 사교 클럽 기능을 하고 있다.
이후 마날라판에는 저명한 동기부여 강연가 토니 로빈스(Tony Robbins), 폭스뉴스(Fox News) 진행자 숀 해니티(Sean Hannity), 자동차 관련 용품 기업 웨더텍(WeatherTech) 창업자 데이비드 맥닐(David MacNeil) 등이 정착했다. 팝스타 빌리 조엘(Billy Joel) 역시 마날라판에 거주하다가 2024년 자신의 저택을 4260만 달러(약 638억 원)에 처분하고 이전했다.
평균 매매가 340억 원…1년 새 36% 수직 상승
수치가 말해준다. 맨션 글로벌에 따르면 2024년 마날라판에서 성사된 주택 거래는 단 10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평균 매매가는 2270만 달러(약 340억 원)로, 전년 대비 36%나 뛰었다. 같은 기간 팜비치 평균가는 약 18% 상승, 마이애미 해변 지역은 12% 상승에 그쳤다. 절대적인 거래 건수는 적지만 가격 상승 속도는 팜비치나 마이애미 상위 시장을 압도한다.
가장 최근 거래된 고가 물건 중 하나는 5167만 달러(약 774억 원)짜리 저택으로, 대지 1.5에이커(약 1836평)에 실내외 수영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중에는 7500만 달러(약 1123억 원)를 호가하는 물건도 있다.
왜 마날라판인가…지리가 만든 절대적 희소성
마날라판의 부동산 가치는 지형 자체에서 출발한다. 약 6.2㎢(2.4평방마일) 면적의 이 마을은 대서양과 내륙 연안 수로(Intracoastal Waterway) 사이에 가느다란 땅처럼 길게 뻗어 있다. 덕분에 대부분 저택이 동쪽으로는 대서양, 서쪽으로는 수로를 동시에 바라보는 구조다. 남부 플로리다 초고가 시장에서도 이런 '양면 조망'을 갖춘 부지는 손에 꼽힌다.
부동산 중개업체 리맥스 프레스티지 릴티(RE/MAX Prestige Realty)의 코너 파로니(Connor Faroni) 대표는 "마날라판은 대지 규모가 크고 해안 접근성이 탁월해 사생활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산가들에게 최적의 입지"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리얼 에스테이트(Christie's International Real Estate)의 마르기트 브란트(Margit Brandt) 수석 고문은 "마날라판의 저택들은 개인 스파, 홈시어터, 독립 보안 시스템까지 갖춘 하나의 완결된 목적지"라며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사적 세계"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이 주거전용지구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도 결정적이다. 상업 시설 개발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전체가 오버투어리즘 없는 프라이빗 오아시스 상태를 유지한다. 주민들은 쇼핑이나 식문화를 즐길 때는 인근 팜비치의 명품 거리 워스 애비뉴(Worth Avenue)를 이용하면서도, 귀가하면 완벽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간다.
플로리다 무소득세·글로벌 자산 재배분이 불에 기름
마날라판 열풍은 단순한 부동산 트렌드가 아니다. 플로리다주는 주 단위 소득세(State Income Tax)가 없는 대표적인 저세율 주(州)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서 최고 13%대의 주 소득세를 내던 고소득자들이 플로리다로 이주할 경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부유층의 남부 이동' 현상이 마날라판 수요를 직접 떠받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자산 재배분 흐름도 겹친다. 테크·금융 부문의 부(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주식·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실물 자산, 특히 공급이 물리적으로 제한된 초희소성 부동산이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더글라스 엘리먼(Douglas Elliman)의 크리스토퍼 레빗(Christopher Leavitt) 이사는 "추가로 건설할 땅이 아예 없어 가격 하락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브란트 고문도 “마이애미의 번잡함은 피하면서도 팜비치의 인프라는 누리고 싶은 자산가들에게, 마날라판은 더 넓은 토지와 강화된 보안을 동시에 제공하는 최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초고가 거래 급증이 인근 지역의 주택난과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충 요인과 리스크도 직시해야
장밋빛 전망 일색이지만, 냉정한 시각도 필요하다. 연간 거래 건수가 10건 안팎에 불과한 극도로 협소한 시장은 유동성 리스크를 내포한다. 매수자가 급전이 필요해 급매를 내놓더라도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초고가 시장은 금리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마날라판의 주요 매수층이 현금 구매자(Cash Buyer) 비중이 높다는 점은 이 리스크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 기대가 커지면서 초고가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이 다시 확대될 조짐이 있다.
한국 자산가·투자자들도 미국으로
마날라판 현상이 한국과 무관한 일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뉴욕·LA 등 대도시 콘도 중심에서 플로리다 단독주택 시장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마날라판처럼 공급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고 세제 혜택이 뚜렷한 시장은 장기 실물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검토 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 시 적용되는 ‘외국인 투자 부동산세법’(FIRPTA)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대(對)중국계 자산 규제 흐름 등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수적이다.
"한정판 토지"의 가격은 계속 오른다
마날라판은 더 이상 팜비치의 '위성 마을'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확장이 불가능한 한정된 공간, 사생활 보호에 최적화된 지형, 플로리다의 세제 인프라, 그리고 글로벌 테크·금융 엘리트의 집결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맞물리며 독자적인 최상위 부동산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곳'은 희소가치의 정의 그 자체다. 마날라판은 그 조건을 지리적으로 타고났다. 금리 변동이나 경기 사이클이 팜비치나 마이애미의 고가 시장을 흔들더라도, 마날라판만큼은 흔들리기 어렵다는 게 현지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시장에서 지금 주목하는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① 남부 플로리다 초고가 주택 평균 매매가 추이, ② 플로리다 이주 부호 네트워크의 확장 속도, ③ 미국 연방 및 주(州) 차원의 부동산 관련 세제 변화. 이 세 가지 축의 교차점에서 향후 2~3년간 마날라판의 자산 프리미엄이 결정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