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팬데믹보다 무서운 ‘불황’… 보험깨서 생활비 쓴다

공유
1

팬데믹보다 무서운 ‘불황’… 보험깨서 생활비 쓴다

작년에만 26조 해지…불황형 약관대출도 70조 원 돌파
고금리·고물가에 소득 악화한 영향…‘보장 사각지대’ 우려

경기 불황에 보험해지와 약관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 불황에 보험해지와 약관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와 불경기, 고물가로 작년 3분기까지 보험해지 규모가 26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해 1분기와 비교하면 해지규모는 두 배 이상 늘었다. 통상 불경기에는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가 부담돼 해지가 느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해약환급금을 일부 포기하면서 받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에서 영업중인 생명보험사 22개사의 효력상실·해약환급금 규모는 26조57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 말(11조6446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28%(14조9350억 원) 급증한 수준이다.

보험 해지는 불경기에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짙은데, 그만큼 생활비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보험사별로 해지 규모를 보면 업계 1위 삼성생명이 5조7184억 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생명 3조5069억 원, 한화생명 3조1174억 원, 교보생명 2조8641억 원, 신한라이프 2조2099억 원, 동양생명 1조6410억 원, KB라이프생명 1조 843억 원, 흥국생명 1조787억 원 순으로 해지 규모가 컸다.

보험 특성상 만기 전 해지하면 환급금이 이미 낸 보험료에 크게 못 미친다. 원금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만큼 서민들의 형편이 좋지 않은 셈이다. 생명보험협회의 생명보험 성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서(32.8%)’, ‘목돈이 필요해서(28.9%) 등의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고서를 통해 “(보험 해약은) 금리와 물가의 단기간 내 급상승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생계형 보험해약의 주된 대상자인 저소득층의 경우 예기치 않은 사고 발생 시 보장기능이 절실한 계층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진단한 바 있다.

불황형 대출의 일종인 약관대출 규모도 급성장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보험사 대출채권 잔액은 237조3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 말 대비 2000억 원 늘었다. 약관대출 잔액은 70조 원으로 1조1000억 원 늘면서 가계대출 상승세를 견인했다.

약관대출은 보험 보장을 유지하면서도 해약환급금의 70~95%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신용등급 조회 등 대출 심사 절차가 없어 서민들 이용이 많다. 그러나 이자 연체 등으로 대출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초과할 경우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이자도 8%대로 높다.

약관대출의 연체율도 악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 가계대출 연체율은 0.48%로 전 분기 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는데, 이 중 약관대출·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은 1.16%로 0.09%포인트 급등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원리금 부담이 높아지고 소비 여력이 줄어드니깐 당장 보험부터 해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도 해지가 급격하게 늘면 준비해야 하는 현금성 자산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