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조사 "경기침체·기후위기·AI 리스크 등 복합적 위험 우려"

세계경제포럼(WEF)이 121개국 1만1000여 명의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임원의견조사(EOS)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경제적 불확실성, 환경 위기, 기술 리스크가 서로 얽힌 복잡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노동력 부족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으며,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부작용도 주요 위험으로 부상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향후 2년간 지역별로 우려하는 리스크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외에도 AI 기술의 부작용, 식량 공급 부족, 극한 기후를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 반면 동아시아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과 경기침체에 더해 에너지 공급 부족, 지경학적 대립, 기상이변을 우려했다.
특히 환경 리스크는 전 지역에서 공통적인 우려사항으로 부각됐다. G20 국가들에서 극심한 기상현상이 5대 위험에 포함된 것은 최근 브라질, 독일, 인도네시아, 미국 등이 겪은 홍수, 산불, 폭염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취리히보험의 피터 기거 최고위험책임자는 "2024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된 가운데, 기후변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AI 기술의 부정적 영향과 허위정보 확산이라는 새로운 위험도 대두하고 있다. 특히 고소득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기술 관련 리스크가 상위권에 진입했다. 급속한 기술 발전이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이끌 수 있지만, 동시에 윤리적 문제와 일자리 대체 등 예기치 못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2025년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러한 글로벌 리스크를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강화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는 한국 경제에 특별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취약할 수 있다.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조적 과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도전과제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은 경제적 불확실성 대응과 함께 ESG 리스크 관리, 디지털 혁신 등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지원 등 종합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