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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케랄라 앞바다 MSC선 침몰, '위험 화물' 유출…해안 '독극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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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케랄라 앞바다 MSC선 침몰, '위험 화물' 유출…해안 '독극물' 공포

컨테이너 100여 개 유실, 기름띠 확산…인도 당국, 방제 총력
28년 노후 선박, 한 달 새 MSC 두 번째 사고…해양 생태계 '경고등'
인도양에서 일요일 침몰하기 전 코치 앞바다에서 기울어져 있는 MSC 엘사 3호. 사진=인도 해안경비대이미지 확대보기
인도양에서 일요일 침몰하기 전 코치 앞바다에서 기울어져 있는 MSC 엘사 3호. 사진=인도 해안경비대
인도 남동부 아라비아해에서 리베리아 국적의 MSC 그룹 소속 28년 된 컨테이너선이 침몰해 인도 당국이 환경오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케랄라 해안선에 일어날 수 있는 환경 피해를 막고자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새벽 인도 케랄라주 코치 항구에서 약 38해리(70km) 떨어진 바다에서 침몰한 1730TEU급 'MSC 엘사 3호'(1997년 건조)에는 컨테이너 총 640개가 실려 있었으며, 이 가운데 13개는 유해 화물, 12개는 칼슘카바이드(물과 반응하면 불붙기 쉬운 가스를 내뿜는 물질)를 포함하고 있어 환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임이 드러났다.

인도 해안경비대가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는 낡은 이 선박이 26도쯤 기울어진 위태로운 모습과 함께 선원 구조를 위해 구명뗏목을 펼치는 긴박한 순간이 담겼다.

◇ 인도 해군·해경 긴급 투입…선원 24명 전원 구조
선박이 심하게 기울자 인도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바로 출동해 다행히 'MSC 엘사 3호'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 선원 스물네 명 모두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침몰 원인은 화물칸에 물이 차 급격히 뒤집힌 것으로 보이며, 사고 당시 바다 날씨가 나빴던 점과 선박이 낡은(28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원 스물한 명이 먼저 대피한 뒤, 선장과 기관장, 2등 기관사는 계획된 인양 작업을 도우려고 선박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5일 새벽 선창 한 곳에 물이 차면서 배가 갑자기 기울며 뒤집히자, 이들 사관 세 명도 끝내 배를 포기했고, 가까이 있던 인도 해군 순찰선 '수자타호'가 이들을 무사히 구조했다.

◇ 기름띠·유해물질 유출 현실로…오염 확산 방지 총력

배가 가라앉으면서 컨테이너 100개 넘게 바다에 떨어졌고,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해안으로 떠내려와 닿았다. 사라진 컨테이너 중에는 칼슘카바이드 같은 위험물질이 들어 있어 당국은 해안가 주민과 어민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가라앉은 'MSC 엘사 3호'에는 컨테이너 640개 말고도 저유황 선박유(VLSFO) 367톤과 경유 84톤이 탱크에 실려 있었으며, 기름 일부가 바다로 흘러나온 것이 확인되어 바다 오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해안경비대는 오염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경비정 두 척과 도르니어(Dornier) 항공기를 보내 기름띠 확산을 살피며 화학 방제제를 뿌리고 있다. 케랄라주는 해안 지역에 비상경보를 내리고, 주민과 어민들에게 떠내려오는 컨테이너에 가까이 가지 말고 고기잡이도 조심하라고 요청했다.

26일 오전까지 선사인 MSC 쪽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 태도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사고 원인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인도 당국 역시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 노후 선박 문제·반복되는 사고…커지는 우려

'MSC 엘사 3호'는 리베리아 선적이며, 인도 비진잠을 떠나 코치로 가던 중이었다. 이 배는 프랑스 선급 협회인 뷰로 베리타스에 등록되어 있었고, 에콰시스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닷새 전 선주상호보험(P&I)을 영국 P&I 클럽에서 스팀십 뮤추얼로 변경했다. 2016년에는 충돌 사고로 배와 기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던 이력도 있었다. 이 배는 약 6개월 전 인도에서 마지막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칼슘카바이드가 바닷물과 반응하면 불붙기 쉬운 가스와 함께 슬래이크라임(소석회)을 만들어내 바다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고로 어업과 바다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이 걱정되며, 일부에서는 2017년 첸나이 부근 유조선 충돌 사고와 비슷한 장기 피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는 이달 들어 MSC 소속 컨테이너선에서 일어난 두 번째 사고다. 앞서 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지난 13일에도 MSC 소속 6969TEU급 'MSC 안토니아호'(2009년 건조)가 홍해에서 GPS 전파 교란 때문으로 보이는 사고로 사흘 동안 좌초했다고 전했다. 'MSC 엘사 3호'의 이번 침몰이 바다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피해 규모와 당국의 추가 대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