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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드라기 ECB 총재 이달말 퇴임…8년 재임이 남긴 유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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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드라기 ECB 총재 이달말 퇴임…8년 재임이 남긴 유산은?

유럽의회 경제금융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의회 경제금융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유럽중앙은행(ECB)을 8년간 지휘했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이달 말 자리에서 물러난다.

영국 BBC 방송은 25일(현지시간) 드라기총재의 재임 8년이 남긴 유산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드라기 총재는 종종 자신의 이름과 같은 닌텐도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외모가 닮은 건 아니었지만 유럽 재정위기라는 난관속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구했다는 경외를 담은 별명이었다.

드라기가 ECB 총재에 취임했던 2011년 11월 유럽 재정위기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고 많은 사람들은 유로존 분열을 확신했다.
그리스는 유로화를 포기하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심각한 부채 상황을 더욱 걱정하던 때였다. 이들 국가들 중 하나라도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유로존 탈퇴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유로화 시대는 막을 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 대한 시장의 압력은 극심했고 차입비용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

BBC는 이 때 드라기 총재의 개입이 그의 재임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2012년 7월 영국 런던 연설에서 드라기 총재는 "ECB는 위임받은 권한 안에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내보냈다.

드라기 총재의 호언장담은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 즉 취약국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한다는 '전면적 통화거래(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OMT)' 프로그램으로 이어졌고 효과를 거뒀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차입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었다.
BBC는 ECB가 실제로 이들 국가의 국채 매입에 유로를 한푼도 쓰지 않았다며 드라기 총재가 중앙은행의 최고 책임자로서 으름장만으로 시장을 설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가 겪은 또 다른 난제는 물가상승률을 ECB 목표인 2%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ECB는 드라기의 리더십 아래 양적 완화라는 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양적완화는 OMT와 약간 비슷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차입 비용 문제가 있는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CB가 보유한 국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국채다.

ECB는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는 조치도 취했다. 차입자들이 이자를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는 희한한 상황을 감수한 조치다. 일부 유럽국가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쓰고 있지만 유로존은 마이너스 금리 세계로 들어간 가장 큰 경제 규모라고 BBC는 강조했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경제회복이다. 유로존 경제는 2013년 2분기이후 지금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경고 신호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ECB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고 독일은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드라기 총재에 가장 비판적이다.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에서 가장 건전한 자국의 돈을 풀어 다른 나라에 퍼주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ECB의 저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예금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그런 드라기 총재를 흡혈귀인 드라큘라 백작에 빗대 '드라길라 백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독일은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다. 1920년대 초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독일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드라기 총재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엇갈린다.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지만 ECB는 대응할 화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BBC는 그러나 드라기 총재가 취임했을 때 미래는 매우 불확실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나라도 유로존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