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화장품 등 신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열일'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하 현대백화점)’은 올해 3월부터 자회사인 현대HCN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에이치씨엔(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분할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상장법인)하고, 현대에이치씨엔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이와 동시에 구조개선 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현대HCN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KT스카이라이프가 선정됐다.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확보한 자금으로 높은 신사업이나 대형 M&A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백화점이 5000억 원대 중반의 자금을 거머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HCN이 기존에 갖고 있던 현금성 자산 약 4000억 원을 합치면 현대백화점은 1조 원가량의 파이를 보유하는 셈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달 한섬을 이용해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2021년 초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 예정이다. 7월 말 현재, 매물로 나온 SKC의 자회사 ‘SK바이오랜드’의 지분 27.9% 인수를 추가 검토 중이다. 인수 대금은 2000억~3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의류기업 한섬(2012년) ▲가구기업 리바트(2012년)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2017) ▲종합 건자재 기업인 한화L&C(2018년) 등 다수의 M&A를 진행해 온 점을 미뤄볼 때 현대백화점이 SK바이오랜드 외에도 추가 M&A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회사 측 관계자는 "유통·식음료업계는 물론, 플랫폼‧물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연달아 M&A에 나서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외형을 확장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영업이익 14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80%가량 감소한 수치다.
앞서 외환위기가 진정된 2000년대 초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 신촌점을 연 것처럼 이 회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에는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 시내면세점 2호점을 개점했고 이후 6월에는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을 열었다.
오는 9월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11월에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남양주점이 문을 열 예정이며 2021년 1월에는 여의도 ‘파크원’ 내에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을 선보인다. 이는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코로나19 타격으로 부실점포를 매각하는 것과 상반된다.
회사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이 신년사에서 ‘다르게 행동’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에도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기존 전략의 문제점을 보완 실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