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바흐무트 점령

9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스위스 검찰은 세르게이 롤두긴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행의 스위스 지사에 근무했던 전직 임원 4명을 전격 기소했다. 그중 3명은 러시아 국적이고 1명은 스위스인이다. '푸틴의 지갑'으로 불리는 첼리스트이자 사업가 롤두긴은 2014∼2016년에 걸쳐 자신의 은행 계좌에 출처가 불분명한 5000만 달러 자금을 예치했다. 롤두긴은 앞서 푸틴 대통령의 해외 자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목되면서 미국 정부의 개인 제재 명단에 오른 바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취리히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 은행가들은 자금 수익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최대 7월의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특히 검찰은 공소장에서 "푸틴은 공식적으로는 수입이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4000만원)에 불과하고 부유하지도 않지만, 사실은 그의 측근들이 관리하는 막대한 자산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해 스위스 검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첼리스트를 통해 거액의 돈세탁이 이뤄진 정황을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비자금이 푸틴 실각 때를 대비한 망명도주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코인 흔들
스위스 검찰은 2014∼2016년 롤두긴이 음악가 혹은 사업가로서 공개적으로 별다른 수익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수상한 자금이 오간 것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스위스 현지법상 은행은 계좌 소유자나 자금 출처에 의심이 있을 경우 거래를 정지하거나 계좌를 폐쇄해야 한다. 실제로 이 시기 롤두긴은 언론에 자신이 첼리스트로서 수입이 많지 않다며 "나는 사업가도, 백만장자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적이 있다. 얀 호프만 검사는 "모든 증거가 롤두긴이 이 자산의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은행가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재판과 관련, 롤두긴이 러시아 기업체에 보유한 지분을 통해 정직하게 돈을 번 "훌륭한 음악가이자 후원자"라고 감쌌다.
영국 BBC는 "푸틴 대통령의 재산이 실제로는 1250억 달러(약 164조7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롤두긴과 같은 친구나 페이퍼 컴퍼니에 조심스레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검찰이 유죄 평결을 받으려면 롤두긴의 돈이 사실상 푸틴의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가 러시아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병합지를 완전히 점령할 발판으로 보지만, 서방은 이번 전쟁의 대세와 관계없다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의 대표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8일(현지 시간) 바흐무트의 동쪽 구역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바흐무트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바흐무트카강을 기준으로 동·서부로 나뉘는데 중심가는 서부에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군의 퇴각 뒤 동쪽 지역을 점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 수뇌부가 반대해 철수는 안 된다며 최근까지 사수 의지를 내비쳤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러시아가 곧 바흐무트를 점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계속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 양으로 질을 메운다"며 "러시아가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바흐무트가 며칠 내 결국 함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바흐무트 함락이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어떤 전환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러시아를 깔봐서는 안 된다는 점 정도가 부각될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바흐무트 점령 뒤 계속 진격할 수 없도록 차이우 야르 등 바흐무트 서쪽 지역에 이미 방어진을 강화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과 민간 고용 지표를 소화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8.06포인트(0.18%) 하락한 32,798.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64포인트(0.14%) 오른 3,992.01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5.67포인트(0.40%) 상승한 11,576.00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과 채용공고와 민간 고용 지표, 연준의 경기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 등을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하원에 출석해 최종금리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3월 금리 인상폭과 관련해서는 입수되는 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