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 시민권 주자마자 징집 통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러시아 남성의 징집 회피를 차단할 목적으로 새로 도입한 이른바 ‘전자 징병제’를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징병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서명해 발효된 개정 징병법에 새로 들어간 내용으로 우편으로만 전달할 수 있었던 징집 통지서를 징집 대상자가 수령하지 않으면 징집을 피하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었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징병 대상자들이 징집을 피해 다른 나라로 도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게 지배적인 해석이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일부 지역서 전자 징병제 시행
러시아 영문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일부 지방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병력을 충원하기 위한 징집 통지서가 전자적인 방법으로 전달되기 시작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페르비 오트젤에서 일하는 예브게니 스미노브 변호사는 모스크바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최근 전자 징집 통지서가 발부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전자 징병제가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같은 증언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담당 러시아군 모병관이 이들 지역에서 전자 징병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는 푸틴 대통령이 개정 병역법에 서명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내려진 발빠른 조치여서 주목된다”면서 “금명간 2차 동원령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징집 대상 남성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전쟁 1년 2개월 만에 남부 전장에서 대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러시아 국가두마(러시아 하원)의 안드레이 칼타폴로프 국방위원장은 “전자 징병이 일부 시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식으로 시행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시행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였다”고 반박했다.
◇러,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게도 시민권 대가로 징병 통지
전자 징병제 도입과는 별개로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할 목적으로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 남부지역과 접경한 나라들이 모인 지역으로 과거 소련 공산체제 시절 소련의 지배를 받은 5개 공화국으로 이뤄져 있다.
27일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 우크라이나의 새 목소리(NVU)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가 운영하는 국가저항센터(NRC)는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한 중앙아시아 이민자들에게 여권을 발급해주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징발하는 통보서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NRC는 “러시아 정부는 징집 통지서 수령을 거부하는 이민자들에게는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위협을 가하며 징집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NRC는 “이는 러시아 정부가 모자란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