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 회장 퇴임 기자간담회
"리딩뱅크·금융그룹 복귀 보람…글로벌 아쉬워"
"퇴임 후 거취, 좀 더 고민해 보겠다"
"부회장제 유지, 양종희 내정자 판단"
"백팩보단 노란 넥타이가 트레이드 마크"
"리딩뱅크·금융그룹 복귀 보람…글로벌 아쉬워"
"퇴임 후 거취, 좀 더 고민해 보겠다"
"부회장제 유지, 양종희 내정자 판단"
"백팩보단 노란 넥타이가 트레이드 마크"

임기 종료를 두 달 앞두고 있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5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소회를 전했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 9년간의 임기를 마지막으로 KB금융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제가 처음 회장에 취임했을 때 KB금융의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면서 "지배구조는 흔들렸고 직원들은 1등 DNA를 잃어가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 11월은 KB금융은 안팎의 여러 악재로 조용할 날이 없던 때였다. 특히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지주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소위 'KB사태'가 발생했고, 리딩뱅크 자리는 신한은행에 뺏겨 내부 사기가 최악인 상황이었다.
윤 회장은 "내부에서조차 리딩뱅크에서 내려온 후에 올라간 사례가 없다면서 1등 탈환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면서 "직원들의 자부심과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첫 번째 임기 3년 동안 은행장을 겸직했고, 결국 KB국민은행은 2017년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다. 또 그룹 전체로 보면 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신한금융그룹을 제치고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취임하면서 3년 안에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복귀시키고, 그다음 3년은 리딩금융그룹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그다음 3년은 아시아의 선도 금융그룹 대열에 끼고 싶다고 언급했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지난 9년을 되돌아보면 리딩금융그룹이 됐다는 부분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가장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회장은 한국 금융산업과 KB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KB금융이 국내에서) 리딩뱅크·리딩금융그룹이라고 얘기하지만 세계 순위로 보면 60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세계 10위권인 우리 경제 규모로 보면 (금융그룹 순위도) 10위권 언저리에 있어야 할 텐데 60위권에 있다는 게 자괴감을 느낀다"고 역설했다.
이어 "양종희 내정자께서 한 단계 진보하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개별 은행, 개별 금융그룹 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것이냐라는 의문이 있다"면서 "정책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9년간 자신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라도 한 듯 시종일관 밝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발언을 이어 나갔다.
"용퇴 결정을 언제 내린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3연임을 확정한 2020년 9월 당시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있었다"면서 "투자자들에게도 작년 무렵부터 (저의) 마음의 준비를 전달해 왔고 시장에서 큰 쇼크나 서프라이즈가 없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회장제 유지 등 향후 지배구조에 관해서는 양종희 내정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구조가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획일화·통일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회사의 연혁, 문화 차이가 있다"면서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각 기업에 각자 체질에 맞는 고유한 것들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회장 제도는 실질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도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으므로 양종희 내정자가 이사회와 검토해서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거취에 관해서는 "(임기가) 아직 2개월 남았으니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을 상징하는 '노란 넥타이'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저를 백팩을 멘 회장이라며 백팩이 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주 언급된다"면서 "개인적으로 저의 트레이드 마크는 노란 넥타이라고 생각하고 9년간 노란색 외에 다른 색의 넥타이를 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CI와 맞추기 위해 맸지만 노란색 넥타이를 매는 순간 감사했고 행복했다"면서 "KB는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고 삶의 일부였다"고 회고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