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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당,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쌀 양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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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당,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쌀 양보 거부

자민당, 농업 희생으로 자동차 관세 낮추는 제안 반대
식량 안보와 농촌 지지층 보호 위한 결의안 제출
일본의 쌀 농가. 일본은 무관세 최소 접근 협정에 따라 연간 약 770,000톤의 쌀을 수입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쌀 농가. 일본은 무관세 최소 접근 협정에 따라 연간 약 770,000톤의 쌀을 수입한다. 사진=로이터
일본 집권 자민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산 쌀 수입 확대 제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고 6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자민당 식량안보위원회는 "자동차 관세를 낮추기 위해 농산물, 임산물, 수산물을 희생시킨다는 발상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자민당 사무총장이자 식량안보위원회 위원장인 모리야마 히로시는 지난 4월 25일 에토 다쿠 농업대신에게 이 결의안을 전달했다. 이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정부에서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관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온 데 따른 반응이다. 일본의 수석 협상가인 료세이 아카자와는 이미 미국 측과 두 차례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소 접근권' 협정에 따라 연간 약 77만 톤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수입량에는 킬로그램당 341엔(약 2.37달러)의 관세가 부과된다.
올해는 국내산 쌀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수입 수요가 늘어났지만, 올 여름 중의원 선거를 앞둔 자민당은 주요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구의 표심을 의식해 쌀 수입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한 자민당 의원은 "자민당 정부가 쌀에 손을 댔다면 무너질 것"이라고 강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관세 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에 대한 양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입장도 보이고 있다. 식량 안보 결의안 초안에서 "모든 농림수산물"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모리야마 사무총장은 미국산 옥수수와 대두 수입 확대에는 개방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일본의 주식인 쌀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는 2020년 기준 일본에서 약 70만 개의 농장이 쌀을 생산하는 반면, 콩은 5만 개, 옥수수는 그보다 적은 수의 농장만이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자민당의 농업 이익 대변 의원들은 국가의 식량 자급자족을 높여 비상시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쌀 수입 급증이 장기적으로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국내 생산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토 농업대신도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며 "이것이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쌀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농산물로, 1995년까지 전쟁 당시에도 배급과 가격 통제가 유지되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 후 자민당은 '식량 안보'를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모리야마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 직속 기구로 식량안보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농민 표심에 의존하는 의원들은 식량 안보를 명분으로 정부 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 회계연도에 농림수산성에 약 2조2000억 엔(152억 달러)이 할당되지만, 자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5년간 10조 엔 이상의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쌀 수입 거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각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일본이 자동차를 최우선 순위로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농업이 금지된 분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