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에 현지 투자 확대 카드
라이벌과 동맹관계 구축해 실익 챙겨
배터리, 로봇, AI 미래 산업 과감한 투자
K기업 얼라이언스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라이벌과 동맹관계 구축해 실익 챙겨
배터리, 로봇, AI 미래 산업 과감한 투자
K기업 얼라이언스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투자 확대 카드를 최우선적으로 꺼내 들었다. 지난 3월 정 회장이 백악관을 직접 찾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210억 달러(약 30조원)가량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것이 이 같은 행보의 시작이었다.
이를 통해 미국 현지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형성하고 좀 더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부 투자계획은 향후 4년 동안 자동차 생산 분야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에 61억 달러,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에 63억 달러 등이다.
정 회장은 미국 시장 투자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철강 분야 숙적으로 꼽히던 포스코그룹과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을 통해 철강 제품을 자체 생산하면서 포스코그룹과 등을 돌린 뒤 20여 년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갈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전쟁’ 속에서 재계 3위인 현대차그룹과 5위인 포스코그룹이 손을 잡은 것이다.
양사는 미국 제철소 공동 투자를 비롯해 전기차 핵심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손을 잡았다. 정 회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장을 직접 만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현대차그룹의 변화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자동차 제조업에 집중하면서도 IT 기업보다 더 IT다운 사고방식을 주문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했고, 스스로도 복장 자율화와 임직원 소통을 직접 주문하며 변화를 보여왔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현재 테슬라를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업체로 꼽히며 수년째 세계 올해의 차에 자사 전기차들이 선정되는 성과를 보인다. 세계 올해의 차에 수년째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는 브랜드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고 꾸준한 변화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기차가 아니어도 차량의 진동과 소음(NVH)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과거와 달리 설계보다 프로그램 코딩이 더 중요한 완성차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차세대 미래 경쟁력으로 꼽히는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정 회장의 전략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 회장은 2021년 사재를 동원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더해 총 80%의 지분을 약 1조원에 현대차그룹 산하로 인수하고 로보틱스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제 정 회장의 목표인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모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을 단순한 제조업 회사가 아닌 모빌리티 전반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폭스바겐그룹, 토요타그룹, 제너럴모터스(GM) 등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도 이 같은 정 회장의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태우·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