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미 약값을 대폭 인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제약주들은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트럼프 행정명령이 크게 봐서 제약업체들에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채찍
외국 정부가 미 약품에 매기는 가장 낮은 가격을 미 소비자들에게 적용토록 했다.
또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약사들이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해 비용도 더 내리도록 했다.
트럼프는 59% 이상 낮춰질 것이라면서 가격 인하폭이 59~80%, 심지어 90%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위반할 경우 제약사들이 직면하게 될 무수한 처벌도 줄줄이 나열했다.
당근
트럼프는 그러나 미 제약사들에 당근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약사들에 외국을 제물로 내줬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자들에게 미국 소비자들이 그동안 외국의 의료보험 혜택을 부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정부들이 의료보험을 유지하면서 단일 수입 주체로 미 제약사들과 협상에 나서 이들의 협상력이 매우 높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외국 각 정부가 미 제약사들이 공급하는 약값을 후려쳤다면서 외국에서 손해를 본 미제약사들은 결국 미국에서 엄청나게 높은 약값을 매겨 그 손실을 만회했다고 말했다.
랜드연구소에서 따르면 미 약값은 외국에 비해 평균 2~3배 높고, 심지어 일부 국가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높다.
트럼프는 미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면서 드는 막대한 비용을 주로 미 소비자들에게서 뽑아왔지만 앞으로는 이를 외국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약품 가격 인하로 어려움을 겪게 될 제약사들을 위해 이들이 외국과 약품 공급 가격 협상을 할 때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혔다.
약값을 부당하게 깎으려는 외국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과 상무부가 개입해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간 도매상 우회
트럼프는 또 의료보험 업체들과 제약사 사이에서 중간 도매상 역할을 하는 이른바 ‘약품혜택관리자(PBM)’들도 약품 공급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들에 내는 수수료를 없애 약품 가격이 더 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CVS 헬스, 시그나그룹,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옵텀Rx(프리스크립션) 등 제약 시장 일부를 통제하던 PBM들의 힘이 빠지게 됐다.
제약사들은 이들 PBM 때문에 미국 약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비록 미국 약값을 대폭 낮추도록 했지만 중간 도매상 격인 PBM을 우회하고, 제약사들이 외국에서 막대한 이윤을 뽑아낼 수 있도록 미 정부가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제약사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가 오후 장에서 각각 3.5% 안팎 급등했고, 머크는 6% 넘게 폭등했다.
제약사들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바이오텍 ETF(XBI)는 4.5% 급등했다.
반면 PBM 관련업체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시그나그룹은 6% 넘게 폭락했고, CVS도 5% 가까이 급락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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