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의존도 높은 중국 최대 무역지역, 145% 관세로 '전시 체제' 가동
90일 휴전에도 "트럼프 방지 전략 필요"... 수출 다변화·내수 확대 서둘러야
90일 휴전에도 "트럼프 방지 전략 필요"... 수출 다변화·내수 확대 서둘러야

해안 경제의 중심지이자 중국 내 두 번째로 큰 대미 수출지역인 저장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초 중국 제품에 부과한 145%의 고율 관세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지역의 수출량 중 6분의 1이 미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어 특히 큰 영향을 받았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 차이나 매크로 그룹의 저우 정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는 속도가 느린 지역들이 있고, 그들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12일의 거래는 기업들이 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장성 내에서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바쁜 컨테이너 항구가 있는 닝보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였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2조 위안(약 277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시켜 중국 10대 도시 경제에 진입하려던 닝보의 야심찬 목표는 미국 시장으로의 선적량 급감으로 좌절 위기에 처했다.
저장성의 대미 의존도는 중국 타 지역보다 훨씬 높다. 2024년 저장성의 수출액 1조8700억 위안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했으며, 대미 총 수출액은 6317억 위안으로 성(省) GDP의 7%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에서 지난해 14.7%로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첸 중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관세의 완전한 영향은 아직 [4월] 데이터에서 가시화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중국 해안 도시의 소상공인들은 이미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저장성 전역의 관료들은 지역 경제를 방어하고 주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전시 체제'를 가동했다. 대량 해고에 대비한 긴급 대응 체계를 갖추고, 제조업체들에게 직원 수와 연금 지급액 변화에 관한 주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노무라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이 최대 16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으며, 닝보의 산업 중심지가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라고 추정했다.
저장성 정부는 기업가들을 위해 헝가리,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미국 관세의 타격을 입지 않은 국가로의 사업 기회 탐색 지원에 나섰다. 특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이우(Yiwu)와 같은 현에서는 관리들에게 공장 방문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산업계에서는 대응이 너무 느리다는 비판이 나왔다. 닝보 지능감지산업협회의 잉 랴오찬 사무총장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수출업체는 주문이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을 것"이라며 "관세가 인하되더라도 선적을 다시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관세 휴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저장성 기업들이 미래 관세 위험에 대비한 '트럼프 방지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닝보 대학의 장멍팅 국제무역 연구원은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위계를 주의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집트와 같은 '관세 저지대'를 식별해 중국 기업이 미국으로 수출을 재편할 다음 목적지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장성 당국은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서 미국 고객의 미지급이나 주문 취소로 인해 "배송 불가"가 된 제품에 대한 보상을 위해 보험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우 선임 애널리스트는 "국내 수요와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속도가 느린 지역과 기업에게는 값비싼 교훈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내수 확대와 수출 시장 다변화라는 두 가지 해결책뿐"이라고 강조했다.
저장성 최대 문구 및 사무용품 제조업체인 베이파 그룹의 치우 보징 부사장은 "지난달부터 이어진 공황 상태는 지금으로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며 "미국 시장은 포기하기에는 너무 크며,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국에 계속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