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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로 옮아간 에어컨 경쟁…삼성 vs LG전자 '칠러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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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로 옮아간 에어컨 경쟁…삼성 vs LG전자 '칠러 전쟁' 본격화

LG전자, 지난해 말 사업부 개편 등 HVAC사업 본격화…올해 1분기 3조원 매출 기록
삼성전자, 지난해 북미 레녹스와 합작법인 설립…플랙트 인수로 유럽 HVAC 발판 마련
LG전자 모델이 올해 개최된 '데이터센터월드 2025'에서 HVAC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액체냉각 솔루션(CDU)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모델이 올해 개최된 '데이터센터월드 2025'에서 HVAC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액체냉각 솔루션(CDU)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독일 플랙트 인수를 기점으로 관련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 체제가 확실히 펼쳐지게 됐다.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독일의 플랙트를 인수하면서 유럽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올해 1분기 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HVAC 사업을 본격 궤도에 올린 만큼 HVAC 시장을 두고 양사 간 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각 솔루션 대결이 기존 기업대소비자(B2C)에서 기업대기업(B2B) 수준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에어컨 판매량을 두고 대결했다면 이제 건물 전체의 냉난방을 관리하는 HVAC 시장으로 경쟁 무대가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양사가 HVAC에 발 벗고 나선 배경에는 AI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AI기술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열을 빠르게 식혀줄 수 있는 HVAC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공조 사업 중 공항·쇼핑몰·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이 예상된다.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HVAC 사업을 먼저 본격 육성해 매출을 내기 시작한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사업 개편을 통해 HVAC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를 분리·신설함과 동시에 2030년까지 HVAC 매출을 20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올해 1분기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주요 사업으로 본격 부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초대형 칠러 시장에서 세계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올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서 상업용 DVM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모델이 올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서 상업용 DVM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그동안 삼성전자는 북미 HVAC 시장 공략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5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기존 판매채널에 레녹스 판매채널을 더해 북미 공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해왔다. 유럽 HVAC 시장에선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 인수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셈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B2C 부문에서 보유하고 있던 냉각 솔루션 노하우가 B2B용 HVAC 사업을 확대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 모두 보유하고 있는 AI기술은 기존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HVAC 사업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AI기술을 비롯해 냉난방 솔루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HVAC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