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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 '칼날'… 한·미 직격탄에 세계 공급망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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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 '칼날'… 한·미 직격탄에 세계 공급망 '휘청'

4월 수출 허가제 도입 후 물량 43% 급감… 한국향 76% 폭락
미국 대체공장 생산량은 中의 0.3% 불과…'탈중국' 최소 3~5년 걸려
2023년 7월 6일 촬영된 일러스트 이미지에서 중국 국기가 주기율표 위 갈륨(Gallium)과 저마늄(Germanium) 원소 옆에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7월 6일 촬영된 일러스트 이미지에서 중국 국기가 주기율표 위 갈륨(Gallium)과 저마늄(Germanium) 원소 옆에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핵심 부품인 '희토류 자석'까지 통제하며 세계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희토류 자석의 수출을 무기 삼아 미국 주력 전투기부터 전기차(EV), 풍력발전, 스마트폰에 이르는 첨단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닛케이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 자석의 원료가 되는 특정 광물에 대한 특별 수출 허가제를 도입한 지난 4월, 자석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나 급감하며 세계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 '공급망 상·하류' 다 쥔 중국의 힘


중국의 수출 통제는 즉각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 7종의 중·중희토류 원소와 고성능 자석(특히 네오디뮴 자석)을 수출 규제 품목에 올렸다. 단순한 규제를 넘어 허가받은 기업만 수출할 수 있는 허가제를 적용해 사실상 수출길을 막아선 것이다.

중국 현지 조사업체 톄허진짜이셴(鉄合金在線)에 따르면, 4월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약 3000톤으로, 5800여 톤을 기록했던 3월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43%나 쪼그라들었다.

피해는 한국과 미국에 쏠렸다. 국가마다 수출 감소율을 보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59%, 한국으로는 76% 폭락했다. 최대 수출국이던 독일도 44% 감소했으며, 일본 역시 16% 줄었다.

중국의 통제가 위협적인 까닭은 희토류 산업 전반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의 60~70%, 제련·분리 공정의 85~90%, 완제품인 희토류 자석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공급망 상류부터 하류까지 모두 틀어쥐었다.

◇ 전기차·전투기까지… 멈춰서는 세계 공장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오랜 전략의 결과다. 과거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한 이래,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2019년 자석 제조업체를 방문해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중국은 최근 국가 차원의 실시간 추적 체계까지 도입해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이를 통해 희토류 자석의 생산량은 물론 수출, 거래량, 최종 고객 정보까지 온라인으로 관리하며 공급망 전체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겠다는 속셈이다.

한 외국계 자원회사 임원은 "산업 구조의 하류인 자석 생산에서도 세계를 석권하며, 미국·유럽·일본과의 외교에서 강력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토류 자석 공급망이 막히자 당장 자동차, 전자, 방산,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멈춰 서고 있다. 희토류 자석은 EV 구동모터와 미군의 F-35 전투기·미사일은 물론, 풍력발전 터빈, 스마트폰, 로봇 등에도 꼭 필요한 부품이다.

포드 모터의 스티븐 로젠버그 생산총괄은 지난 5월 말 "부품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일본 스즈키는 소형차 '스위프트' 전 모델 생산을 5월부터 중단했으며, 중단 기간을 12일까지로 늘렸다.

미국 자동차 혁신 협회(AAI)는 5월 9일 미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토요타와 혼다 역시 "부품 업체와 재고 확보를 위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 '탈중국' 시도하지만… 넘기 힘든 '만리장성'


상황이 이렇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은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중국과의 압도적인 격차 앞에 속수무책이다.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의 자석 공장은 한 해 생산 목표가 1000톤 수준인데, 중국의 한 해 생산 능력은 30만 톤에 이른다.

미국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이외의 시설에서 원료를 가공해 생산하더라도 중국의 수출 규제에 따른 모든 영향을 감당할 수는 없다"며 "각국이 대체 공장을 건설하려면 높은 기술 장벽과 환경 규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해 최소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