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에서 반려견을 가족으로 인정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목줄에 묶인 반려견이 보호자 눈앞에서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에서 법원이 “반려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즉각적인 가족”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매슬로 판사는 판결문에서 “듀크가 압사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충격은 단순한 재산 손실로 느끼는 감정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원고가 제출한 사실관계 안에서, 소중한 반려동물을 ‘직계 가족(immediate family)’으로 간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낸은 아들 트레버 디블레이즈의 반려견 듀크와 함께 산책 중이었다. 교차로에서 정지 신호를 무시한 차량이 좌회전하며 달려들었고, 듀크는 현장에서 숨졌다. 낸은 간발의 차이로 사고를 피했으며 이 장면은 인근 보안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트레버는 같은 날 SNS에 “엄마는 차에 치일 뻔했고, 듀크는 죽었다”며 “이 강아지를 세상 무엇보다 사랑했다”고 올렸다.
디블레이즈 모자는 사고 한 달 뒤 가해 운전자 미첼 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주는 반려동물을 법적으로 ‘재산’으로 간주해 그간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허용되지 않았으나, 이번 판결로 낸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면 현장에 없었던 트레버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매슬로 판사는 “낸 디블레이즈는 사고 당시 듀크와 리드줄로 연결돼 있었고 자신의 생명도 위협받은 상황”이라며 “이같은 조건 아래 피고인의 과실은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선 무모한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뉴욕에서 반려동물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매슬로 판사는 판결문에서 “고양이나 토끼 등은 일반적으로 리드줄을 하지 않기에 이번 판결은 개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판사는 또 “사회 인식의 변화를 감안할 때, 듀크 같은 반려견을 상식적으로 가족으로 여기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동물권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동물권법단체 ‘LANA’의 노라 마리노는 “동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라며 “법원은 이제 이를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의 크리스토퍼 베리는 “듀크는 법적 소유물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