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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의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브렌트유 10%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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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의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브렌트유 10% 상승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맞서 세계 원유 5분의 1 통과하는 해협 봉쇄...한국 원유 수입 70% 영향받아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항의해 전 세계 석유 공급망의 주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고 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항의해 전 세계 석유 공급망의 주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고 한다. 사진=로이터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는 가운데 이란 의회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글로벌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란 의회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의 이란 핵시설 세 곳 공격에 맞서 이 같은 결의를 내렸다고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란 의회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의회가 결의안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가안보위원장 에스마일 쿠사리는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협이 봉쇄되려면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길이 약 167km, 가장 좁은 곳이 33km에 불과한 전략적 요충지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해 나가며,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한다.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하는 대형 유조선의 특성상 이란이 사실상 해협 통제권을 쥐고 있다.

이번 봉쇄 결의로 브렌트유 가격은 이미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10% 넘게 오르며, 20일 기준 배럴당 77.01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73.84달러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이 공식화되면 브렌트유가 추가로 3~5달러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 정보회사 라이스타드의 지정학 분석 책임자이자 OPEC 전직 관료 호르헤 레온은 "이란이 직접 공격으로 대응하거나 지역 석유 기반 시설을 노릴 경우 유가가 급격히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은 중동 분쟁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이 오래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미국 내 물가가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존 물가도 4%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글로벌 경제와 운송비에 미치는 영향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운전자들이 휘발유 값을 더 내야 하고, 상품 운송비도 크게 오를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브렌트유는 배럴당 147.50달러까지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가는 130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경제권에서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해운 운임도 크게 오를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 한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만큼, 해협이 봉쇄되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유와 화학 업계는 달러로 원유를 들여오는 구조상 유가가 오를 때 비용 부담이 더 크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이 전체 수주액의 48.5%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0%로 내다봤지만, 유가가 오르고 중동 정세가 계속 불안할 경우 이마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장상식은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2%대 수준인데, 유가까지 오를 경우 세계 경제가 급랭해지면서 한국 수출과 경기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대 유조선과 상선을 공격하거나 기뢰를 설치해 통항을 위협한 적은 있지만, 해협을 완전히 봉쇄한 적은 없다. 이번 의회 결의는 정부에 요청하는 성격으로, 실제 봉쇄 여부는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결정한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이란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외교의 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대중국 원유 수출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나간다는 점을 들어 해상 운송로의 장기적 차질 위험을 낮게 보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만 해협이 오래 봉쇄될 경우 유가와 물가, 운송비 등 전방위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공습, 이란의 보복, 유가 급등이라는 연쇄 효과를 일으키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경제가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