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희토류 등 핵심 자재 추가 수입 합의...중국, '여름 다보스'서 세계 무역 주도 의지 표명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 성공을 알리며 미국 경제에 유리하다고 내세웠고, 중국은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하계 다보스행사에서 세계 경제의 혼란과 불안을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협상은 양국이 제네바와 런던에서 두 차례 무역회담을 벌인 뒤 도달한 조건을 담은 것으로, 지난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와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관세 압박과 보복조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가운데, 서로 믿음을 되찾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공식 합의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145%에서 30%로 낮췄으나, 일부 품목이나 추가 조치에 따라 일부 언론에서는 55%로도 보도됐다. 미국은 희토류, 자석 등 핵심 자재를 더 들여올 수 있게 됐고, 중국은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한 수출 승인 절차를 간단히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광복절' 관세를 발표하며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상호 관세를 대폭 올렸다. 이에 맞서 중국도 보복 관세를 내렸고, 양국 간 무역은 크게 줄었다. 이후 양국은 5월 제네바에서 90일간 관세 인상 유예에 합의했고, 6월 런던에서 이행 틀을 마무리했다.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협정이 서명됐다"고 밝혔고, 중국 상무부는 "프레임워크의 세부 내용이 최근 추가로 확인되고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중국 리창 총리는 지난 26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WEF 연례 신챔피언 회의 개막식에서 "어느 나라도 세계와 떨어져서 성장하고 번영할 수 없다"며 "중국은 세계 경제가 겪는 어려움과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은 앞으로 초대형 소비 강국이 될 것이며, 첨단 제조업과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창 총리는 "중국은 세계 경제가 겪는 혼란과 불안을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며, 미국 압박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경제 성적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4%를 기록하며, 연간 목표치(약 5%)를 웃돌았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리서치 노트에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여전히 구조 문제에 부딪혀 있다. 코넬대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 공장에서는 국내에서 팔릴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서면서, 남는 상품이 저가로 해외 시장에 쏟아져 나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과 막대한 보조금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철강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생산능력이 크게 늘었지만, 국내 소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 과다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초과 생산분이 저가로 세계 시장에 유입되면서 각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리창 총리는 "국내 수요를 늘리고 초대형 소비 강국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국내에서 사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만든다. 이로 인해 저가 수출품이 세계 시장에 넘치고, 브라질은 철강 관세를 연장하고, 태국은 저가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렸으며, 러시아도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늦추는 조치를 취했다. 즉,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이 국내에서 다 팔리지 않아 해외로 넘치고, 이는 세계 무역 질서에 부담을 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종위안 조이 리우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역전쟁이 아니라 30년간 쌓인 구조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은 제조업에 집중하고 있어 미국 같은 소비 중심 경제로 바뀌기 어렵다는 평가다. 여러 업종의 기업들이 팔기 위해 가격을 내리면서 추가로 물가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유럽 등 무역 상대국들은 "중국이 기본적으로 물가 하락을 세계로 내보내고 있다"고 우려한다.
코넬대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공장에서 만드는 것과 국내에서 사려는 것 사이의 차이는 여전히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에노도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애나 초일레바는 "중국이 미국 압력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좋은 경제 성적을 내고 세계 무역을 안정시키는 세력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앞으로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장기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무역 관계를 뒷받침하는 규칙은 복잡하고, 이를 다시 짜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90일 유예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백악관은 7월 9일 마감 시한을 늘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관세 압박은 중국 기업과 가계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시진핑 주석은 어려운 개혁을 밀어붙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미국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종위안 조이 리우는 "올해는 가계 소비를 늘리기 위해 실제로 전술적 개혁 조치를 취하는 첫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