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청사 보수 공사 “사기 가능성” 있다며 경질 가능성 열어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과연 이런 조치가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그가 사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면 모를까 내가 그를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위치한 연준 청사 리노베이션 공사와 관련해 “25억 달러(약 3조4750억원)를 쓰는 리노베이션이라니 사기가 있을 수도 있다”며 “그는 그저 금리를 인하하기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리노베이션은 1930년대에 지어진 연준 청사와 부속 건물 전체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2021년 시작됐다. 현재 예산은 당초 계획보다 5억 달러(약 6950억원) 이상 초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 연준 의장 해임 근거 ‘불충분’…역대 대통령도 손 못 댄 자리
현행 연방준비제도법에 따르면 연준 의장은 ‘중대한 비위’ 또는 ‘직무 태만’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임기 중 해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이 재직 중 연준 의장을 해임한 전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레브 메넌드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는 NYT에 “파월을 해임할 만한 정당한 사유는 없어 보인다”며 “만약 백악관이 해임을 강행한다면 파월 의장은 즉시 연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고 법원은 해임 사유의 합리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콘티-브라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사기나 중대한 과실이 진짜여야 한다”며 “트럼프가 원하는 건 리노베이션 관리가 아니라 금리 인하이고, 이는 법을 우회하려는 정치적 시도”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며 이사회 임기는 2028년까지다.
◇ ‘VIP 식당’ ‘고위직 엘리베이터’ 논란…IG 조사 요청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연준 청사 보수 공사를 놓고 예산 낭비와 사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VIP 식당”과 “고위직용 엘리베이터” 같은 항목을 언급하며 “이건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준 측은 “대부분의 논란이 된 항목은 이미 예산에서 제외됐다”고 반박했다. 파월 의장도 연준 감찰관에게 공사 전반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같은 날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상원 연설에서 “트럼프는 금리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갑자기 건물 공사 문제를 들고 나왔다”며 “이는 파월 흔들기를 위한 전형적인 정치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 ‘해임 서한 초안’까지 꺼냈다가 “생각만 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 초안을 직접 꺼내 보였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다만 이후 트럼프는 “그저 해임이라는 개념에 대해 얘기한 것뿐”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일시적인 불안감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발언을 하자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연준은 올해 1월 이후 기준금리를 4.25~4.5%로 유지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국가에 손해를 끼치는 고금리’라고 비판하며 “금리를 1%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니엘 타룰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 대법원은 지난 5월 연준은 대통령이 임의로 개입할 수 없는 ‘특수 구조의 준공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전직 규제당국 관계자인 제러미 크레스는 “이번 논란은 트럼프가 파월 해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적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근거가 부실한 상태에서 해임을 강행할 경우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다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