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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장난감부터 자동차까지…트럼프발 관세, 기업 이익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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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장난감부터 자동차까지…트럼프발 관세, 기업 이익에 ‘직격탄’

지난 2019년 11월 29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킹오브프러시아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에서 한 어린이가 아버지와 함께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장난감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11월 29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킹오브프러시아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에서 한 어린이가 아버지와 함께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장난감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고율 관세 정책이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장난감 제조사부터 완성차 업계까지 대규모 손실을 호소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NBC뉴스에 따르면 미국 장난감 제조업체 해즈브로는 이날 발표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소비재 부문에서만 관세와 장기 전망 하향 조정으로 인해 10억 달러(약 1조44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즈브로는 올해 전체적으로는 게임 부문의 호조로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소비재 부문은 연간 매출이 5~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로 인한 연간 직접 피해액만 약 6000만 달러(약 8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해즈브로·마텔, 생산지 다변화…“중국산 비중 줄이고 미국 회귀”

해즈브로는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장난감과 게임 제품 비중을 현재 50%에서 오는 2027년까지 40%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으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에게 강조해온 ‘국내 복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해즈브로의 경쟁사 마텔도 올해 관세로 최대 1억 달러(약 14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텔의 폴 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가 직면한 역풍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했고 여러 조치를 병행 중”이라며 가격 인상 사실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인상폭이나 시점, 대상 제품은 밝히지 않았다. 마텔은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지 재편을 통해 추가 가격 인상 없이 관세 충격을 흡수하겠다고 설명했다.

◇ 완성차 업계 “관세로 수십억달러 손실…美 투자 확대가 대응책”


관세 충격은 완성차 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GM은 이번 2분기에만 관세로 인해 11억 달러(약 1조5800억 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올해 전체로는 40억~50억 달러(약 5조7600억~7조2000억 원) 규모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GM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생산 비용 절감과 미국 내 40억 달러(약 5조7600억 원) 규모의 신규 설비 투자로 대응에 나섰다. GM의 폴 제이컵슨 CFO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18~24개월 안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란티스도 올해 상반기 손실이 27억 달러(약 3조8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볼보는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내년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XC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완성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체결한 ‘15% 관세 합의’가 캐나다·멕시코산 차량에 부과되는 25%보다 낮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맷 블런트 회장은 “미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북미 생산 차량보다 일본에서 전량 생산된 차량에 더 낮은 관세가 매겨지는 것은 미국 산업과 노동자에게 나쁜 합의”라고 비판했다.

◇ 연말 쇼핑 대목도 ‘관세 그림자’…“핫한 장난감, 조기 품절 가능성”


관세 여파는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에린 키팅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자동차 가격이 4~8% 오를 수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까지는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떠안아왔지만 하반기부터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장난감 업계도 마찬가지다. 해즈브로는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연말 쇼핑 시즌용 재고 수입을 보류하거나 속도를 늦추고 있다”며 “올해 연말에는 일부 인기 제품이 조기 품절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콕스 해즈브로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플레이도우 바비, 나노멀스, 베이비 이비 같은 인기 제품을 구하려면 부모들이 더 일찍 구매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