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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프랑 가치 하락…美 관세 인상 우려에 유로 대비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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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프랑 가치 하락…美 관세 인상 우려에 유로 대비 약세

지난 2016년 4월 12일(현지시각) 스위스 베른 시내의 노점에 스위스 중앙은행이 새롭게 발행한 50프랑(약 7만7500원) 지폐가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6년 4월 12일(현지시각) 스위스 베른 시내의 노점에 스위스 중앙은행이 새롭게 발행한 50프랑(약 7만7500원) 지폐가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

스위스 프랑이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대(對)스위스 관세 발표에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유럽 주요 통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4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7일부터 스위스산 제품에 대해 39%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에 예고됐던 31%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ING의 크리스 터너 외환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스위스 내부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심화될 수 있다”며 “다만 막판 무역 합의가 이뤄질 경우 프랑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스위스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0.2%로 전월의 0.1%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 예상치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WSJ이 사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물가가 전월과 같은 수준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관세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유로는 스위스 프랑 대비 0.9348프랑까지 올라 지난 1주일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의 자료에 따른 것이다.

◇ 달러 약세 지속…트럼프의 연준 인사 교체 관측도 영향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는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 부진과 연방준비제도 인사 교체 전망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연준의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오는 8일 사임한다고 밝힌 뒤 이번 주 중 새로운 이사를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MUFG은행의 데릭 할페니는 이날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인사를 임명할 경우 달러 가치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백악관의 경제 자문인 케빈 해싯이 지명될 경우 달러에 가장 나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달러지수(DXY)는 98.931까지 떨어졌고, 장중 한때 6일 만에 최저치인 98.603까지 하락했다.

◇ 고용 부진에 금리 인하 기대 커져


3일 발표된 미국의 7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는 7만3000명 증가에 그치며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5월과 6월 수치는 대폭 하향 조정됐고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에리카 맥엔타퍼 국장을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번 고용 통계는 공화당과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는 조작된 수치”라고 주장했다. 제조업 경기지표인 ISM 제조업지수도 예상을 하회하며 미국 경제 둔화 우려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금융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88%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고, 이에 따라 달러 수요는 감소했다.

◇ 아시아 통화 강세…한국 원화도 상승


미국의 고용 부진과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아시아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0.9%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중국 위안화는 0.4%, 한국 원화는 0.4% 각각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383.70원까지 하락했다. 싱가포르 달러 역시 미국 달러 대비 0.2% 상승한 1.2872싱가포르달러를 기록했다.

코메르츠방크 리서치는 “미국의 고용시장 둔화는 연준이 경제 회복력을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연말까지 0.63%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