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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경제학자의 트럼프 관세 손익계산…“美 소비자·기업엔 손해, EU·韓·日 등엔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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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경제학자의 트럼프 관세 손익계산…“美 소비자·기업엔 손해, EU·韓·日 등엔 이득”

제이슨 퍼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이슨 퍼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고율 관세 정책이 전면적인 글로벌 무역전쟁은 피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는 손해를 주고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는 득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이슨 퍼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FT에 낸 기고문에서 “이번 관세 정책은 우리가 맞을 수 있는 두 번째로 나쁜 결과”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가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먼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유명 경제학자다.

그는 “무역에서 ‘승자’와 ‘패자’, ‘양보’라는 표현은 모두 잘못된 용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관세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약 3%에서 20% 수준까지 올라갔고 이는 수입 소비재에 대한 미국인의 효용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미국 수출품의 경쟁력도 약화시킨다”고 분석했다.

◇ “미국은 양발에 총을 쏜 셈…중국은 트럼프를 물러서게 해”

퍼먼 교수는 “타국이 보복관세로 응수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며 “관세는 양쪽 모두의 발에 총을 쏘는 행위이고, 상대가 보복하면 양쪽 다 걷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EU, 일본, 한국, 베트남 등 주요 국가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해 자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산 관세 인하나 농산물·산업용 재화 수입 확대 같은 '양보'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퍼먼 교수는 “이것은 트럼프에게 굴복한 대가가 아니라, 오히려 자국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로 인한 손해보다 자국 내 미국산 자동차나 농산물 관세 인하로 얻는 소비자 편익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이런 선택은 양자 협상 게임 안에서 보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예외였다. 퍼먼 교수는 “중국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오히려 트럼프가 일부 관세를 철회하게 만들었다”며 “중국의 무역 규범 위반, 과도한 공급망 의존, 미래 충돌 가능성 등은 현실적인 문제이며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려면 내부 산업 투자와 기술 개발, 이민 정책 개방은 물론 글로벌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 세계가 연대했다면 미국 물러서게 할 수 있었을 것”


퍼먼 교수는 이번 관세 국면에서 아쉬운 점으로 “전 세계가 공동 대응에 실패한 것”을 꼽았다. 그는 “세계 각국이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면 미국이 물러설 여지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미국은 자해적 조치를 통해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들고, 다른 국가는 비교 우위를 활용해 더 나은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며 “중국은 여전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