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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LG에너지솔루션, 美 조지아 공장 건설 중단…이민 단속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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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LG에너지솔루션, 美 조지아 공장 건설 중단…이민 단속 후폭풍

현지 공장서 한국인 300여 명 체포…경직된 비자 제도가 '뇌관'
트럼프 행정부, 투자 유치·이민 단속 '엇박자'…韓 기업 불확실성 증폭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무기한 중단했다. 미 이민당국의 현장 급습으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체포된 데 따른 후폭풍으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강경 이민 단속이 충돌하며 현지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무기한 중단했다. 미 이민당국의 현장 급습으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체포된 데 따른 후폭풍으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강경 이민 단속이 충돌하며 현지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무기한 중단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당국이 현대자동차그룹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 수백 명을 체포한 데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려는 정책과 불법 이민을 막으려는 강경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라이브닷컴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쪽은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그룹과 함께 짓던 배터리 공장 공사를 무기한 보류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시장 상황 때문에 생산 시작 시점을 올해에서 내년으로 이미 연기했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앞으로 운영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 또한 전 직원의 미국 출장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수사기관 요원 약 500명이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한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총 475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 엇갈린 美 정책…투자-이민 사이 딜레마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이민 단속 이후 미국 투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점을 잘 안다"면서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기업과 협력해 미국 사업 출장자의 숙소와 비자 제도를 검토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금된 국민의 조속한 석방과 투자 사업의 안정적 이행이라는 두 목표를 조화롭게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엇갈린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불법 이민 단속이라는 강경 노선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외국인 투자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총 76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른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개발 사업"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 '편법 비자'가 화근…공급망 전략까지 흔들


문제의 근원으로는 경직된 비자 제도가 꼽힌다. 한국 기업들은 공장 건설 초기에 미국 현지 인력만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기술 전문가를 본사에서 파견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전문 인력을 위한 취업비자(H-1B, L-1 등) 발급이 더욱 까다로워지자, 단기 방문 비자(B-1/B-2)를 통해 입국해 현장 업무를 맡기는 편법을 활용해왔다. 경제정책 차원에서 미국 당국도 이를 어느 정도 눈감아줬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부 간 외교적 합의로 체포된 한국인들은 이번 주 안으로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지만, 이들이나 다른 기술 전문가들이 조지아 건설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장 건설 지연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계기로 본격화된 현지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구축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의 강대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사례는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로 수익을 내기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보여준다"면서 "인플레이션으로 투자 수익률이 이미 낮아졌는데 이제는 기업들이 고용 문제까지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