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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 이민 단속에 미국 내 외국계 기업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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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 이민 단속에 미국 내 외국계 기업 불안 고조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앞에서 시위대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앞에서 시위대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의 대규모 이민 단속 이후 미국 내 외국계 기업들이 투자와 인력 운용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 기업 대응 ‘비상 모드’


FT에 따르면 이번 사건 직후 다국적 기업들은 긴급히 법률 자문을 구하고, 일부는 해외 인력의 출장과 순환 근무를 잠정 중단했다.

미국 내 이민 전문 로펌 관계자들은 “고객사 본사로부터 향후 미국 내 단속 위험성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지역 투자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번 단속이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모호한 비자 규정, 불확실성 키워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비자(B-1) 활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단순 장비 설치 지원이나 기술 협력 인력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된 것은 규정 해석의 과도한 적용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타 기반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합법적으로 파견된 직원들까지 구금된 사례가 있다”면서 “정부가 비자 규정을 마음대로 좁게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외국계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 관리 비용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아시아 투자기업들, 불안 확산


특히 한국·일본·대만 등 미국에 대규모 제조 투자를 진행 중인 아시아 기업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졌다.

국제통상 컨설턴트 타미 오버비는 “수백 명의 한국 근로자들이 수갑에 묶여 끌려가는 영상은 충격적이었고, 이는 아시아 주요 교역 파트너들 사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대만 TSMC 관계자도 “이번 사건이 특수한 사례일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메시지로 읽히면서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 첨단 제조업 직격탄 가능성


전문가들은 단속이 본격화될 경우 배터리·반도체·조선 등 미국 내 인력난이 심각한 첨단 제조업 분야에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산업은 아시아의 숙련된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이민 전문 변호사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더 적극적인 단속 기조로 돌아섰고, 첨단 산업 현장은 사실상 ‘표적이 많은 환경’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향후 전망


FT는 “이번 단속은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 냉각 효과를 주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 내 투자 전략과 인력 운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단순한 법률 대응을 넘어 미국 내 생산 거점과 인력 구조 자체를 장기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