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과 하드웨어, 동남아와 인재 협력…G-QuAT가 중심축
中, 논문 양·질 1위 독주…일본, '국제 연대'로 돌파구 모색
中, 논문 양·질 1위 독주…일본, '국제 연대'로 돌파구 모색

14일(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동안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산하 '양자·AI 융합 기술 비즈니스 개발 세계 연구 센터(G-QuAT)'에서는 일본, 미국, 유럽 등 13개국 양자 전략 실무자들이 모여 인재 육성과 응용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깊이 논의했다. 이번 회합은 일본이 양자 기술 국제 협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자리로 풀이된다.
일본 양자 전략의 심장부 구실을 하는 곳이 바로 G-QuAT다. 이곳에는 각기 다른 기술 방식의 양자 컴퓨터 3대를 모아 상승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본 최초의 국산 상용기인 후지쯔의 '초전도 방식' 컴퓨터와 미국 신생기업 쿠에라 컴퓨팅이 개발한 '중성원자 방식' 최신 장비가 설치를 마쳤다. 여기에 2026년 4월에는 도쿄대학에서 출범한 신생기업 OptQC의 '광 방식' 컴퓨터까지 가동에 들어가, 세계적으로도 드문 다방식 연구 기반 시설을 갖추게 된다.
AIST는 이미 발빠른 행보로 세계적인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연구기관 및 기업과 총 17건의 협력 협정을 맺었으며, 지난 6월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미국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다. 이 협력의 하나로 G-QuAT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양자 컴퓨터와 슈퍼컴퓨터를 융합 방식으로 연계해, 기존의 계산 자원만으로는 풀 수 없었던 신소재 개발, 금융 모형 수립, 신약 개발 등 난제를 푸는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한다는 목표다.
하드웨어는 '東西', 인재는 '南北'…입체적 동맹 구상
일본이 추진하는 '동서 네트워크'는 기술력이 모인 유럽과 북미의 앞선 기업들과 하드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AIST의 호리베 마사히로 부센터장은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강력한 공급업체가 여럿 있다는 점이 일본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성원자 방식의 핵심 부품인 고정밀 레이저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 기업인 하마마츠 포토닉스가 있다. 이러한 독보적인 부품 기술력은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에도 일본의 협력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궁극적으로는 부품·기술 공급망을 강화하고 국제 표준화 논의를 이끄는 것이 동서 네트워크의 핵심 목표다.
'남북 네트워크'는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공부한 우수한 양자 과학 인재가 많지만, 자국에는 연구에 필요한 고가의 계산 자원이 모자란다. 호리베 부센터장은 "이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를 위해 일본의 계산 자원을 찾아오게 하는 흐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기반 시설을 열어 이들의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재와 기술의 중심지 구실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 양·질 압도적 1위…'중국의 질주'가 낳은 위기감
일본의 이러한 광폭 행보는 양자 기술 분야에서 무섭게 떠오르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국가 투자를 바탕으로 곳곳에 연구 거점을 세우며 연구개발 생태계를 빠르게 만들고 있으며, 독자적인 장비와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객관적인 수치는 중국의 약진을 뚜렷이 보여준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 산하 연구개발전략센터가 지난 6월 펴낸 '연구개발 조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양자 계산 관련 논문 수(분수 계산법 기준)에서 2018년부터 줄곧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논문의 질을 보여주는 상위 1% 피인용 논문 수에서도 2023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지르며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최강국으로 올라섰다. 세계 연구기관별 논문 수 상위 10곳 가운데 4곳이 중국 소속 기관일 정도다. 이러한 중국의 독주에 맞서려면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며, 국제적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계는 기초 연구 성과가 곧바로 사업과 제품으로 이어지는 '과학과 사업의 근접'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양자 기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은 고질적인 인력난을 국제 공동 연구와 외국인 연구자 유치로 풀고, 적극적인 투자와 환경 정비로 우수 인재가 모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양자 컴퓨터를 둘러싼 일본의 전략적인 움직임은 앞으로 국가 혁신 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