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98% 독점 세계 시장 도전장…"디지털 감시 강화 도구" 경고

이 매체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진정한 금융 혁신이나 자유가 아닌 공산당의 디지털 감시와 통제를 확장하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금지에서 스테이블코인 허용으로 정책 전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위안화의 세계적 사용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검토했으며,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성을 허용하는 주요 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위안화 세계화 목표 설정과 규제 역할 분담, 위험 통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보통 1달러의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실물 자산 보유고로 뒷받침된다. 암호화폐 담보형, 알고리즘형, 법정통화 담보형 등이 있으며, 중국이 추진하는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계좌에 보관된 위안화가 담보가 되는 법정통화 담보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기존 정책과 정면으로 맞선다. 중국은 금융 시스템 안정성 우려를 이유로 2021년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6월 "스테이블코인이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기존 결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세계 금융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해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달러 패권 견제와 위안화 세계화 전략
중국의 스테이블코인 추진 배경에는 미국 달러의 압도적 지배력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현재 세계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의 98% 이상이 미국 달러로 뒷받침되고 있다. 결제 플랫폼 스위프트(SWIFT) 통계로는 전 세계 결제 통화로서 위안화 점유율은 6월 기준 2.88%에 그쳐 미국 달러의 47.19%와 큰 격차를 보인다.
저우샤오촨 전 중국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분명히 달러에 강력한 지지선을 제공한다"며 "이는 세계 통화 시스템에서 달러의 역할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홍콩에서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시범 발행하는 것이 위안화 세계화를 의미 있게 가속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징둥닷컴과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은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중국 인민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최대 암호화폐 장외거래소인 크립토HK는 중국 고객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거래량이 2021년 이후 무역 결제 용도로 5배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엄격한 자본 통제와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허용은 모순을 드러낸다. 중국 공산당은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 흐름을 제한해 위안화 가치 조작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시민이나 외국인이 손쉽게 해외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다면 이런 통제가 약화되고 공산당의 위안화 조작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진정한 금융 자유 vs 디지털 감시 강화 논란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이 진정한 금융 자유를 제공하기보다는 공산당의 디지털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자체가 허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정통화 자체가 분 단위로 변동하기 때문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위안화 스테이블코인도 위안화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정통화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 법정통화 시스템에서 진정한 탈피를 이루지 못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한다는 기능들도 이미 다른 수단으로 가능하다. 자동 결제와 대출 등 금융 서비스는 페이팔, 와이즈, 전통적 은행 계좌, 증권 플랫폼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이런 기능을 제공한다. 24시간 세계적 송금도 다양한 앱과 온라인 뱅킹 시스템으로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디지털 감시 시스템과의 결합 가능성이다. 중국은 2억 대 이상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카메라에 안면 인식 기술을 접목한 '스카이넷' 시스템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디지털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시민들의 디지털 발자국을 중앙화하고 사회신용시스템과 통합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통합 디지털 신분증 시스템을 시작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익명성으로 여기는 블록체인 거래도 실제로는 '가명'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의 60%가 개인 신원 추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거래를 끝에서 끝까지 추적할 수 있고, 지갑 안 정확한 단위를 이전 모든 보유자까지 역추적할 수 있다. 정부 기관들은 이미 블록체인 분석 업체를 통해 거래소 데이터와 고객확인제도(KYC)를 활용해 암호화폐 주소를 실명과 연결하고 있다. 현금과 달리 영구적 장부를 남기지 않는 물리적 현금과 달리 암호화폐는 누구나 분석할 수 있는 변경 불가능한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2026년부터는 분산형을 제외한 모든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국세청에 거래 데이터를 보고해야 하는 등 정부 감시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 공산당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바로 가명 거래다. 베이징은 지금까지 개발된 가장 정교한 디지털 감시 시스템을 통해 경제와 시민사회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공산당에 개인 금융에 대한 전례 없는 통찰력과 강력한 처벌 수단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익명 금융 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이런 통제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베이징은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감시 우려에도 스테이블코인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감시 기능을 강화하면서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통적 금융 중개자를 우회하는 대안 생태계를 제공해 미국 달러의 무역 및 결제 분야 지배력을 침식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일부만 차지해도 위안화 세계적 사용을 늘리면서 엄격한 정치적 통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