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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성 감시' 사재기, '글로벌 유가' 안정화… "데이터가 시장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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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성 감시' 사재기, '글로벌 유가' 안정화… "데이터가 시장 재편"

OPEC+ 증산·지정학적 혼란에도 유가 '미미한 변동'… "중국 재고 축적, 충격 흡수"
카이로스 분석 "원유 재고, 미국 소비량 5일분"… "위성 데이터, 시장 불확실성 감소"
유조선이 3월 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수취 터미널에서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유조선이 3월 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수취 터미널에서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올해 석유 시장은 지정학적 혼란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석유 및 에너지 안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 특히 중국의 사재기 전략과 위성 감시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1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에너지 및 환경 정보 회사 카이로스(Kayrros)의 앙투안 하프(Antoine Halff) 수석 분석가는 "시장은 이러한 모든 발전을 차분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무역 경로의 혼란, OPEC+의 증산 결정 등 수많은 잠재적 가격 변동 요인이 있었지만, 유가의 변동 폭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하프 분석가는 시장 안정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의 사재기를 꼽았다. 카이로스 팀이 분석한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재고는 2025년 2분기에만 미국 소비량의 거의 5일분인 약 9천만 배럴 급증했다.
이는 전 세계 증가량의 75%에 해당한다. 2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의 증가분은 1억 5천만 배럴로, 전 세계 증가량의 86%를 차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재고는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공급이 올해 하루 180만 배럴, 2026년에는 하루 120만 배럴 소비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만이 공급 과잉의 대부분을 흡수하여 다른 지역의 재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세계 시장의 불균형을 막았다.

중국의 이러한 사재기에는 두 가지 그럴듯한 설명이 있다.

첫째, 지정학적 요인으로 미국과의 관계 악화와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에 직면한 중국은 대만 분쟁에 대비하여 전략적 석유 비축량을 확대하고 있을 수 있다.

둘째, 공급 중단이나 관문(chokepoints)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높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중국의 비축이 갈등의 전주곡이라면 시장이 더 놀라워해야 한다. 유가가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프 분석가는 "석유 시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훨씬 더 깊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바로 지리 공간 기술의 발전이다.

위성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은 이제 탱크에 얼마나 많은 원유가 있는지, 재고가 얼마나 빨리 쌓이거나 고갈되는지, 화물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는 10년 전만 해도 추측과 불확실성에 의존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혁명적인 변화다.

하프 분석가는 "이제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X-ray 비전과 같은 것을 갖게 되었다"며, 이러한 가시성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불균형이 발생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게 하여 시장을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이며 탄력적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석유 시장은 지정학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이는 중국의 사재기 전략과 위성 감시 기술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변화 덕분이다.

수학자 클라이브 험비(Clive Humby)가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라고 말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은 현실이 되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